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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풀타임 주부

급히 그림일기

 

어제부터 달을 내가 재우고 있다. 아내는 목이 아프고, 오늘 아침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약을 처방했고, 3일치 약을 먹고 괜찮으면 다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자가진단키트로도 음성, 전문가신속항원검사로도 음성. 하지만, 아내의 동생이 확진을 받아서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아무튼, 아내가 확진 판명을 받을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내가 옮을 수도 있고... 그래서 아내는 혼자 방에서 지내는 중이고, 오늘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출근해서 일을 하려는 계획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출근해서 일단 급히 필요한 짐을 챙겨서 왔다. 오는 길에는 오늘 하루, 아니 며칠(내가 아플 경우를 대비해서) 동안 먹을 것을 쟁여놓기 위해서 장을 봐왔다. 내 머릿 속에는 오늘 하루 끼니를 어떻게 할 지, 적당한 간식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하지 못하는 일은 언제 하게 될지도.. 

 

아내가 목이 아프니 점심 메뉴는 우동으로 했다. 아이들도 잘 먹고, 나도 잘 먹고. 저녁은 살치살을 좀 굽고, 감자국도 끓였다. 집에 있던 감자는 아무도 몰래 조금씩 시들고 가끔 썩기도 했다. 아침은 대충 먹어도 되니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찬만 사온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격리(?)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집에서 만들며 놀 것도 사왔다. 딸에게는 슬라임 세트를, 아들에게는 축구카드를. 그리고 보석 십자수도 몇 개 사왔다. 딸이랑 아들이랑 놀아주면서, 간식도 해다 나르고, 설거지도 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간 사이에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어질러진 방을 정리했다. 쓴 물건은 눈 앞에서 사라지게 어딘가에 넣어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허나, 나도 평소에 물건을 제 자리에 두지 않을 때가 많아서, 그런 잔소리는 아이들에게 하지 않기로 한다. 아내가 듣고 있다. 

저녁까지 먹이고, 또 간식을 준비해서 먹이고, 설거지를 마치고, 아이들 양치질도 모두 확인하고 딸과 누웠다. 엉뚱 끝말잇기를 하며 놀다가 나는 일기를 써야 하는데, 오늘 사진도 찍어둔 게 없다고 말했다. 딸은 그럼 그냥 그려. 그래서 딸이 잠으로 빠져드는 동안, 오랜만에 오늘 하루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고, 아마, 내일도 오늘과 비슷할 것 같다. 코로나가 아닌 것으로 지나가면 좋겠고, 그래서 아내 몸이 나아지기만 하면, 놀러 가면 좋겠다. 

일주일 제주도 여행을 예약해 뒀었는데, 비행기편, 숙박, 렌터카.. 모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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