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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토요일을 보내는 적절한 방법

학교에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아주 바빠 죽을 듯 하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늘 바쁘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너무 바쁩니다. 라고 하지는 않지만, 다른 분들의 인사가 정신없죠? 라서 나도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기도 하다. 학교에서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든 주말 만큼은 나와 가족에게만 집중하고 싶다. 학교에서는 도저히 수업 준비할 틈이 없어서 주말에 집에서 수업 준비를 하기는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영상 보면서 놀고 있을 때 짬을 내서 한다. 그리고 어쨌든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럼에도 오늘은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우리집에서 충무공동까지 늘 가던 방식은 뚝방길 자전거도로를 따라 김시민 대교를 건너 출근하고, 새로 생긴 속사교-금산교 자전거길을 따라 퇴근하는데, 그 코스를 한번에 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혼자 자전거 타는 시간으로 시작했다. 정확히는 아침도 아니다. 10시 쯤 된 때였으니까. 딸은 뭘 만드느라 바쁘고, 아들은 엄마랑 공부를 하고.

출퇴근 코스 스트라바 기록

출퇴근 코스지만, 학교까지는 가지 않았다. 종합운동장 뒤로 돌아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슬렁 어슬렁 자전거를 타다 보니 나의 평속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남강의 일부 구간을 잘라서 한바퀴 돌 수 있는 코스다. 한 30킬로 코스가 되도록 구간을 잡으면 좋을 것 같다. 내일 한번 30킬로 구간을 혼자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제이미스 오로라 엘리트와 꽃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자전거를 멈추는 법은 거의 없다. 그래도 오늘은 자전거를 멈추고 꽃나무 앞에서 사진을 하나 찍어준다. (음, 물통을 검은색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돌멩이를 괴고 자전거를 고정한다. 기름값이 올라서, 5일 자출을 하면 일주일 4만원은 절약이 가능하다. 각종 먼지나 오염물질 배출도 없으니 제대로 환경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기분까지 덤이다.

종합운동장

길은 없는데 길을 내고 저기 반도 같은 모양에서 낚시를 하는 분이 있다. #새벽커피 모임을 저기서 하면 제법 낭만이 있겠다 생각한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거의 한 달째 새벽커피 모임을 하지 않고 있다. 일주일만 더 기다려 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리고 장소를 물색한다.

자전거 타는 딸

딸이 먹고 싶다는 참외, 내가 먹으려고 산 딸기, 아들이 분갈이 한다고 부탁한 부엽토를 사서 귀환한 나는 곧 딸과 다시 밖으로 나간다. 나는 킥보드, 딸은 자전거. 아직 자전거 타는 게 익숙치 않아서 딸은 여전히 두 팔에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있다. 한 20분 타고 팔이 힘들어서 들어왔다. 나도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그랬다. 자전거는 균형을 잡아야 하기는 하지만, 그 균형을 로 잡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게 쉽게 설명되거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빠르게 익힐 필요도 없다. 잘 익히기만 하면 된다. 딸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주저하는 경우가 많고, 잘 안되면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잘 안 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열심히 연습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기는 한다.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하지 않은데도, 신경 쓸 수 밖에 없으니, 그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 자꾸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데도 힘이 든다. 그리고 힘을 빼는 게 역시나 중요하다.

벚꽃

오늘의 또 하나의 목표는 꽃놀이.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날이 맑고 밝아서 꽃놀이를 다녀왔다. 딸은 미술 학원 선생님이 가족 사진을 준비하라고 했기에, 꽃을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찍자고 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딸은 모두 잘 나왔다. 딸은 늘 포토제닉. 타고난 포토제닉이라 부럽다. :)

이렇게 토요일이 간다. 내일은 또 무얼하며 지낼까. 삼시새끼도 고민이지만, 주말 활동도 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