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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아이가 자전거를 혼자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방법

시작은 킥보드

유치원 정문에 가보면 아이들의 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다. 우리 아들도, 딸도 하원 길에 데리러 올 때에는 킥보드를 가지고 오라고 주문하고는 했다. 아직 작은 키라, 놀이터는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려는 엄마, 아빠 걸음을 따라 가려면 킥보드가 있어야 한다. 킥보드를 타면 아이들은 어른보다 빠르다. 아이들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킥보드는 결국 탈 수 있게 된다. 아이들용 킥보드는 자립하기 때문이다. 미는 요령, 멈추는 요령만 터득하고 나면 킥보드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아, 가끔씩 나오는 튀어나온 보도블럭은 조심.

밸런스 바이크가 최고인데

하지만, 자전거는 다르다. 처음엔 엄마, 아빠가 뒤에서 밀어주거나 앞에서 끌어준다. 그렇게 끌려만 가도 즐겁지만, 결국 혼자 힘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게 된다.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면, 온 동네가 시끄럽게 보조바퀴 찰그락 소리를 내며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코너를 돌 때면, 오히려 보조바퀴 때문에 자전거가 넘어지려고 한다. 자전거의 방향 전환은 핸들로 하는 게 아니라, 체중을 이동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킥보드를 타게 되면 바로 밸런스 바이크(페달이 없는 자전거로, 양발이 땅에 닿아 밀면서 타면 된다.)로 넘어가면 좋다.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으나, 집에 이미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가 있었고, 아내는 추가지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밸런스바이크를 타면, 우선 아이가 쓰러지지 않으며, 자전거로 가고 서고, 균형을 잡는 데 익숙해 지게 된다. 그러고 나면 나중에 힘이 생기면 바로 두 발 자전거로 넘어갈 수 있다.

꼬마들의 밸런스바이크 레이싱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어른들 자전거 경주 못지 않는 속도감과 박진감이 있었다.

텐덤바이크

딸은 밸런스바이크는 놓쳤고, 오빠와 나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은 크고 해서, 나는 어른 자전거로 견인할 수 있는 자전거를 샀다. 그리고 딸은 내 뒤에 붙어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일종의 텐덤바이크인데, 텐덤도 재미는 있지만, 역시나 자기 힘으로 페달을 밟는 것보다 좋지는 않다.

페달 떼고 밸런스 바이크로

딸이 자전거를 배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우선 안장을 낮추어 두 발이 땅에 닿을 수 있도록 해서, 밸런스 바이크 비슷하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페달이 자꾸 복숭아뼈를 때렸다. 그래서 페달을 떼어 주었다. 그랬더니 완벽한 밸런스 바이크가 되었다. 왜 더 빨리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딸은 제법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미는 것도 힘들어 했고, 균형을 잡는 것은 더 힘들어 했다. 약오르막을 발견하면, 내가 밀어서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균형 잡는 연습을 했다. 밀 필요가 없으면 오로지 균형을 잡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딸은 하루 연습을 하고는 팔이 얼얼 하다고 했다. 팔에도 힘을 빼야 하는데, 그게 처음부터 쉽게 될 리가 없다. 앞으로 곧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두 팔을 잡고 핸들을 움켜지게 되니, 어느 쪽으로 기울든 힘을 써서 그 균형을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보란듯이 싱겁게 성공!

며칠 아니 몇 주를 쉬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학교에 들어갔지만, 아직 1학년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뛰어보기도 하고, 건물 뒷편 철봉 구경도 할 겸 나갔다. 학교에 있는 진입로가 약오르막이라 우선, 내리막으로 내려오며 균형 잡는 연습을 한다. 아주 여유있게 내려 오며 딸은 "페달을 달아줘."라고 한다.

혼자 자전거 타게 된 딸

페달을 달고 자세를 알려준다. 왼쪽 다리는 펴고, 자전거는 왼쪽으로 기대고, 오른쪽 페달을 돌려 2시 위치 정도 오게 만든다. 시선은 앞으로 향하고 몸은 앞으로 기울여 오른발로 페달을 힘껏 구른다. 그리고 내가 약간 밀어줬다. 그리고 딸은 그 길로 자전거를 혼자 탈 수 있게 되었다. 대단한 성취를 이렇게 싱겁게 해냈다.

아들한테 처음 가르칠 때는 밸런스바이크처럼 연습을 시킬 생각을 못했는데, 아들도 동생이 쉽게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 좀 놀란 눈치였다. 게다가 오늘은 학교 운동장에서 탔기 때문에 좀 더 페달을 구르기도 힘들었을 텐데, 다음에 자전거 전용 도로로 나가면 훨씬 잘 탈 것 같다. 아주 뜻깊은 날!! 곧 딸과 라이딩을 하는 날이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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