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Instant blogging

초전동 아침 산책길에 보게 된 오리들

영하 8도. 묵직한 음식물쓰레기통, 가득찬 플라스틱 재활용쓰레기. 버리지 않을 수 없어서 옷을 잔뜩 껴입었다. 나선 김에 영하 8도의 아침을 음미하기로 하고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긴다.

탈탈탈 음식물 쓰레기를 털어넣는다. 2킬로가 넘는다. 생수가 담겨온 패트병은 또 분리하고 다른 플라스틱은 한 데 담고.

영하 8도는 장갑 없이는 손을 내놓고 다니면 안되는 기온이구나… 손가락이 운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랑 재활용쓰레기를 담았던 포대자루만 우리층에 살짝 내려놓고 다시 1층으로 간다. 추위야 기다려라.



누구집 자전거인가. 간밤에 너무 추워 물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늘을 보니 달도 질렸다. 뒷짐지고 걷는데, 바람이 불어 눈이 시리다. 눈물은 속눕썹에 맺혀 얼까말까 고민한다.

바람이 옆에서 분다. 내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작은 언덕을 지나 왼쪽눈을 후빈다. 내리막이 무섭긴 하네.



겁도 없이 물 속으로 머리를 쳐박는 저 오리들. 어디서 왔길래 겁이 없나. 저놈들의 심장은 아마 더 뜨겁지 않을까.

눈을 돌리려는데, 이제는 내 왼편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내 코를 넘은 바람은 오른 눈을 파고들어 눈물나게 한다. 괜히 걸으러 나왔다 싶지만, 나는 ‘영하8도의 상질’을 기억하겠다고 앞으로 앞으로 간다.



대강 세어보니 한 100미터 줄길 위에 100여 마리가 산다. 고개를 박으면 먹을 게 있기나 할까. 해가 뜨고도 한참 후에야 볕이 드는 곳에서 저 녀석들은 움츠림이 없다.



프렘임 안도 밖도 겨울이다. 겨울이 쨍하게 귀를 때린다.

들어와서 나는 한참 동안 옷을 갈아입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