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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Instant blogging

월아산 일출과 금목서

월아산 일출

 

 

평소보다 10분 일찍 나섰다. 그러니 딸의 자는 얼굴만 보고 나선 것. 아침 기온은 8도인데, 내가 자전거로 최소 20킬로 정도로는 달릴테니 체감 온도는 6도? 긴팔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예전에 사둔 유니클로 경량패딩 조끼를 입고, 거기에 파타고니아 나노 에어 재킷을 입는다. 이 차림으로 견딜 수 있는 기온은 어느 정도일까. 늘 찬바람은 손끝에서부터 전해진다. 여차하면, 두꺼운 장갑을 껴야지 생각하고 있다. 아니다, 올해에는 바미트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자전거로 다리를 건너는데, 하늘이 불긋불긋 하더니 내게 일출을 보여준다. 딱 나만보라고 손바닥을 쥐었다가 펴서 해를 빼꼼히 꺼내 보여주는 것처럼 빼꼼 보여줬다. 나만 보고 사진으로 남겼다. 나만 본 해를 담고 기분이 좋아져 경쾌하게 페달질.

 

 

금목서

 

 

아침에 학교에 가는 길에도 그랬다. 금목서향이 내 옷에 묻은 줄 알았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데, 가을 바람보다 먼저 금목서향이 코 끝에 앉는다. 이 놈을 찾자 하고 잠시 주변을 걸으니 금목서 한 그루. 꽃나무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큰가. 좋은 향기 뿌릴 일 없는 인간놈은 처량하다. 꽃을 한창 째려본다. 기억해야지 기억해야지 이 꽃 모양을 기억해야지. 기억해야지 기억해야지, 10월이 끝나가면 금목서가 움튼단 걸 기억해야지.

아침에는 해가 뽀로록, 점심에는 꽃을 호로록.
기분 좋을 게 많은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다.
찾자 찾으러 가자. 내 오늘을 밝혀줄 꼿꼿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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