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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Instant blogging

달빛 데칼코마니

월아산 달

달님이 강물에 세수한다. 꽃 본 듯이 그걸 사진으로 사람들이 찍고 있고, 나는 굳이 멈추어 카메라를 꺼내 본다. 내 눈에는 가깝더니, 카메라로는 멀기만 하다. 사랑하는 게 아니라도, 관심을 갖고 보는 것들은 큼지막해 보인다. 내 마음이 화면이라면, 화면 가득 채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저렇게 명명백백한 것을 왜 못 보나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오해하고, 그러면 세상도 나를 오해하기 쉽다.

내 눈 너무 명확한 것은 내가 그것을 오래 봐왔거나, 열심히 보고 있거나 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내 곁을 지나는 사람, 내가 보는 방향을 같이 보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내가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내가 더 잘 이해라려고 고개를 박는데, 덕분에 나는 오해가 가능하다. 이해의 깊이만큼 오해는 깊을 수 있다.

강에 비친 달도 제 자리의 달만큼 이쁜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하늘의 달이랑 강의 달이 마주해야 더 이쁘구나 싶다. 데칼코마니. 누가 이름붙이기도 전에 달들은 별들은 저리 놀고 있었나 보다.

그깟 퇴근길이 바빠 달을 오래 보지 못하였지마는, 고운 달은 흘긋봐도 곱다. 세상에 흘긋봐서 이쁜 것은 얼마나 되려나.

오늘 보니 달이 보름이다. 어제가 더 이쁜가 했더니, 오늘 내 퇴근이 너무 늦었을 뿐이다.

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