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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처음 그린 아빠는 누워 있다

 

내 아빠


어제 낮에는 주사를 맞기 위해 바늘을 간호사가 바늘을 연결해뒀는데, 자꾸 바늘이 막혔다. 그래서 왼팔과 오른팔을 번갈아 가며 바늘을 찔렀다. 그렇게 네 번은 새로 바늘을 찔렀다. 급기야 오른팔은 좀 부어올랐다. 아빠는 조금 남은 무통 주사를 떼어내어 버렸다. 무통주사는 언제든 다시 꽂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제저녁 통증이 심해졌으나 무통주사를 맞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진통제 주사 세 대를 맞으며 밤을 보냈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있었을 리가.. 너무 잘 참는 아빠라서 마음이 아프다. 짜증내고 약한 모습 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지 싶은데, 힘든 내색 안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또 마음이 아프다.

아빠는 서울에 있는 동생가족이나 인천에 있는 누나 가족이랑, 혹은 진주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랑 영상 통화하면서 저 머리에 난 상처를 가렸다. 카메라를 움직여 화면에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일까. 가족들이 더 걱정할 것 같아서 일까. 온전히 자기 아픈 몸, 마음에만 신경 쓰기에도 힘이 들지 않을까. 우리 아빠 같은 아빠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아빠는 마치 소화가 안되어 누워 있는 사람처럼, 달리기를 하다가 크게 넘어진 사람처럼 별 동요없이 병실에 누워 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아빠의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은 적이 없다. 아빠 옆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서 아빠의 모든 모습을 볼 수밖에 없어서 나는 고맙고 또 슬프고 힘들고 아프다. 누워 있는 아빠는 마치 내 아들 같다. 내 보살핌이 필요하고 유일하게 나에게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내가 계속 옆에 있어주면 좋은데. 나의 삶이 요구하는 나의 역할은 아빠의 아들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왜 어릴 때 ‘부자가 되어야지. 그래서 아빠, 엄마 편하게 호강하면서 살도록 해야지.’ 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저 ‘선생님이나 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돈은 별로 많이 벌고 싶지 않구나.’라고 어려서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후회가 된다. 처음 앰뷸런스에 실려온 아빠를 보았을 때, 응급실 침대에서 아빠의 상처가 드러났을 때, 첫 수술을 마치고 돌아와 통증을 호소할 때, 나는 지구 자전의 반대방향으로 7바퀴를 재빠르게 돌아 시간을 되돌리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다. 엔트맨이 되어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 아빠가 사고 나기 전의 순간으로 꾸역꾸역 시간의 선후를 잡고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잠깐 한눈팔다가 자전거에서 넘어지기만 하더라도, 머릿속으로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하는데, 아무런 잘못도 실수도 하지 않고서도 너무나 크게 다친 아빠는 탓할 사람 없이 얼마나 후회가 되었을까. 마치 현실이 아닌 삶에 내가 빠져버려 허우적 대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내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하면 어떤 기분이겠나. 그런데도 아빠는 내색하지 않아서 나는 눈물이 났다.

강한 마음으로 쓰러지고 울고 싶어하는 마음을 참고 있으니, 아빠는 모두 다 견뎌내고 다시 일어나리라. 이전보다 더 아빠 옆을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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