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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진주라는 작은 도시에서의 코로나란

코로나가 시작되고서도 나는 긴급재난 문자 알림을 꺼뒀었다. 내가 사는 진주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대개 한 두 명이었고, 그 환자들도 마산으로 이송되었다. 확진자는 발생하지만, 급격하게 전파되는 양상은 없었다. 

 

가을이 되면서 전 세계가 2차 혹은 3차 대유행을 걱정하면서, 알림을 설정했다. 이제 페이스북도 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만 소식을 듣는데, 그러기에는 좀 불안해서. 

 

오늘 아침 처음 본 것 

 

오늘 아침 저 재난문자를 받고, "사실 일리가 없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어디서 숨어 있던 사람들이 나온 것도 아니고 하룻밤 사이에 19명이라니. 그런데 사실이었고, 오늘 하루 종일 여기 진주는 확진자들 때문에 모두들 발발 떨었다. 

 

진주는 작은 도시다. 서부경남 중에서는 그래도 역사도 규모도 있는 도시지만, 어쨌거나 작은 도시다. 진주에 사는 사람들의 고향은 남해, 사천, 함양, 합천 등등이라, 진주시민들은 인근 도시와 혈연으로 지연으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두 다리 건너면 다들 아는 사람과 엮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만큼 작은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이장님들, 통장님들이 집단으로 확진이라니. 게다가 초등학생 확진 2명 포함. 

 

어떻게 이런 시국에 제주도에 연수를 보낼 수가 있나 하고 살펴봤더니, 진주시의 돈으로 다녀온 행사다. 그 이장님들과 통장님들이 누군지 모르겠다. 분명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지 않을까. 선뜻 그분들만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도 주저된다. 마스크라도 열심히 쓰고 다녔더라면. 그런데, 그런 건 지키지 않았으니 이런 사달이 났다. 사람들은 이장, 통장들을 욕하는데, 그분들은 또 이웃 얼굴을 어떻게 보려나. 

 

당장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내일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다. 유치원생 딸은 긴급 돌봄만 가능하다. 누가 미래를 본 것인지, 전국 고등학생들은 내일부터 전면 온라인이다. 수능이 끝날 때까지, 일단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벗어나 있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은 어디에서 막바지 수험 준비를 할 것인가. 어디 갈 수도 없겠지. 되든 안돼 든 집에서 준비해야 한다. 

 

내일의 확진자는 얼마나 나올까. 모두들 가깝게 지내는 도시라, 이런 때는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다. 사람들은 문을 틀어 잠그고 집에 콕 박혀 있게 된다. 남을 만나는 게 겁나고, 밖에 나가는 게 두렵다. 아침 뉴스에서는 백신이 나와서 내년쯤에는 접종이 시작되고, 그러니 곧 이 사태가 종식될 것 같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가능한가. 물에 젖는 종이를 여러 사람이 쥐고 옮기는 격이 아닌가. 언제 찢어질지 모르고, 찢어지면 그 사람은 사회로부터 탈락한다. 

 

누구부터, 무엇부터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누가 나 때문에 다칠까 고슴도치 마냥 몸을 한껏 웅크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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