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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좋은 아빠-선생이 되기가 어렵다

]([https://i.ibb.co/QNj755k/2021-02-23-7-29-29-PM.jpg]
아들 단어카드는 만드는 나

아들은 지난 월요일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학원이고 아내와 나와 아들은 같이 가서 아들 레벨테스트를 받았다. 누가 보면 '아빠가 영어교사인데, 아들은 영어학원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초등영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물론 초등영어에 대한 의견 은 있다. 학교에서 하는 영어를 복습하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우주 저 멀리까지 선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 누가 어디서 어떻게 영어를 공부시키든 나는 그저 아들이 무엇이든 원해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늦은 때 란 사실 없다. 늦은 때란 사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 싫어할 때다. 그때는 정말 늦다. 돌이키기 어렵다.

아들과 집에서 영어 공부를 하기는 했다. 나는 우선 초등영어 나 영어 유창성 교육에 대한 책을 읽었고, 우선 파닉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초등 3학년 초부터 파닉스를 시작했는데, 파닉스 한 종류를 끝내고 났는데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한 종류를 더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게 있었다.

나는 아빠이면서 선생일 수는 없는 사람이거나, 그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었다. 아들이 잘하는 부분에 대해 칭찬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 아들이 잘 못하는 부분은 기다려 주고, 어떻게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대개 아내의 권유 혹은 채근 혹은 지시로 시작된 아들과 나의 영어수업은 재미없게 끝났다. 아들은 풀이 죽은 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남의 아이를 돈 받고 가르치는 거라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내 아들을 학생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내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생각하고 아들을 몰아붙인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학습에서 정의적 영역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분이 좋아야 잘 배우고, 선생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어야 학습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아들과의 수업에서 그러질 못했다. 반성

더 잘 하려는 방법을 찾을까 하다가, 그냥 칭찬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매일 직접 가르칠 필요 없이, 좋은 영어 자극 방법만 고민하기로 다짐했다. 어제는 아들이 학원에서 영어 이름을 받아왔다. Lucas. (불현듯 스타워즈가 생각났다.) 나쁘지 않은 이름이었지만, 나는 털컥 받아오는 이름이 싫다. 그리고 아들은 내 영국인 동생에게서 받은 영어 이름이 있다. Lance ('창'이란 뜻이다.)

생각난 김에 영국인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영어이름을 받아왔다. 하지만, 네가 지어준 그 이름이 좋다. 그 동생은 우리 딸의 이름도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우리 딸은 벌써 영어 이름으로 무엇을 가지게 될지 기대하고 있다. 나는 그저 아들에게 해리포터 만나러 갈 테니 열심히 해보자 이야기할 것이고, 영국인 삼촌 만날 테니 영어 공부해보자 이야기할 것이다. 요즘 해리포터에 푹 빠져서 정말 집어삼키듯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읽어버렸다. 불과 두 세 달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거의 다 읽었다. 영화도 다 봤다. 다른 분에게 선물로 해리포터 미국판 1, 2권도 받아뒀다. 영어로 된 해리포터를 읽으려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꽂아만 둬도 일단 도움이 된다.

선생 되기 어려운데, 아빠 선생 되기는 더 어렵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에 어울리는 딱 그만큼의 보통 사람인 것이다 나는. 아들에게 학원은 언제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다고 말해두기는 했지만, 아들이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 선생님은 아빠보다는 친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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