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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내 보물 같은 아들의 몸 구석 구석

오늘 아들과 병원 두 군데를 다녀왔다. 아파서 간 것은 아니고, 점검을 위해서 다녀왔다. 아직 유치가 다 빠지지 않아서 치아 상태를 보려고 치과에, 6개월에 한번 가는 안과 검진.

치과검진

치과 : 초전동 바른마음 치과 , 9시 30분 예약, 건물 뒤에 주차장이 있으나 주차하기 힘듦, 근처 무료 주차장이 있음

동네에 있는 바른마음 치과로 갔다. 점검만 하고 발치만 하는 터라 사실 어디를 가도 상관없지만, 일단 집에서 가까운 곳이 제일 좋으니 여기로. 아들은 아랫니가 흔들린다고 했는데, 사진을 찍어보니 위에 난 송곳니 두 개가 더 빨리 빠질 것 같다고 하신다. 한달 후쯤이면 아마 뺄 수 있을 것 같다고. 윗니가 빠지고 나면 아마 송곳니가 덧니로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하나 빠질 자리 밑에 이가 두개 준비하고 있다. 좁은 틈에 나오려면 분명히 덧니가 되겠구나 싶다. 얼굴이 작은 아들은 턱도 좁다. 날 닮아서 이런가 싶은데, 나는 윗니가 완전히 덧니는 아니지만 치열이 고르지는 않은 편이다. 날 닮아 그런가 미안해 진다. 그래도 충치는 없어서 다행이다.

안과검진

안과 : 예인안과 , 예약없이 방문, 3시 30분 도착했으나 4시 30분에 진료, 주차는 바깥 도로변(주차비 지원 없음. 주차요금은 1000원 나왔음)

진주에서 아마 제일 인기있는 안과가 아마 예인안과가 아닐까. 최근에는 전화 예약이 가능해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많다. 예전에 연이어 다래끼가 나서 아무 안과에 갔다가 식겁을 했다. 다래끼가 심해서 안쪽을 좀 찢었는데도 다 낫지 않고 그 아래 다시 다래끼가 난 것. 그래서 주위에 물어 예인안과로 병원을 옮겼다. 설명을 드리니, 다래끼를 치료하며 찢기는 했는데, 방향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고. 흠. 아무튼 예인안과에서 치료 받고 잘 나았다. 그때부터 나도 안과는 무조건 여기로. 좀 기다리더라도 무조건 여기로 간다.

아무튼 나와 아들은 책을 가져간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 한 시간 정도를 견딜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발열 체크를 하고, 앉아서 기다렸다. 목적은 점검. 혹시나 시력이 나빠졌나 싶기도 하고 망막 시신경도 점검한다. 조금 앉아 있다가 일단 시력검사부터. 왼쪽은 0.5, 오른쪽은 0.7. 예전에는 둘다 1.0이었는데...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 아들도 좀 놀란 눈치다. 밤에 자라고 해도 어두운 불빛에 책을 보고는 하더니 결국....

기다렸다가 암실에서 망막 촬영도 하고 선생님을 만났다. 시력이 나빠졌으니 더 나빠지기 전에 조심하라고. 두 눈을 다 뜨고 시력을 다시 검사해보니 0.8 정도 나왔다. 양안으로 0.5 정도가 나오면 안경을 써야 한다고 하셨다. 그 정도가 되면 아이가 찡그리고 사물을 보게 된다고.

시무룩

아들도 나도 좀 시무룩해졌다. 아들은 엄마한테 혼날까 걱정. 눈이 나빠지는 것을 체감하지도 못했는데, 나빠졌다기 놀라기도 했다. 나는 나무라지는 않았다. 나무랄 수가 없다. 꼭 어떤 한 원인 때문에 나빠졌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지 않을까. 나는 지난해 아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결국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늘었고, 바깥 활동도 적게해서 눈 건강에 나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아이들은 낮동안 햇볕을 쬐며 움직이는 것이 시력에도 도움이 된다는데 그러지 못한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아들은 결국 엄마한테 혼나고, 스스로 해야할 행동하지 말아야 할 행동의 목록을 만들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

우리의 몸은 늙어가고 낡아간다. 쓰면 쓸수록 닳아버리는 것 같다. 아들의 시력이 나빠진 것은 아쉽지만, 거기에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제 아들은 점점 더 자라고 있다. 자기 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곧 자기 마음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때가 오겠지. 나는 아마도 아들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또 안타까워 하지 않을까. 언제고 옆에서 도와주고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나무 같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그러기도 힘들고, 아마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 아이는 늘 내 도움을 바라고 기다리지는 않을테니까.

아마도 이상한 정상가족 을 읽다가 본 것 같다. 부모들이 가장 쉽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아이가 날 닮은 것 같다.’ 라고 평가하며 자신의 아이를 ‘자기의 소유’ 혹은 ‘자기의 복제물’로 평면화 한다는 것. 나도 가끔 아이에게서 날 닮은 구석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그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내 아이 라는 생각에서 내 삶의 동반자 로 아이를 인정하게 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려면 부모가 더 어른다워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내 품에 쏙 넣고 싶은 이 마음을 어찌 이겨낼 수 있을까.

사랑해, 내 아들, 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