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외면일기

인도 따위는 없어도 그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자출을 하지만, 불편한 점이 눈에 띌 때마다 이 세상은 정말 차를 위한 곳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진주시는 금산교 구간을 공사 하고 있다. 기존 4차로이던 금산교를 6차로로 확장하고 인도도 대폭 넓힌다는 계획이다. 차량이 느는 만큼 정체가 심해져서 그 정체를 해소하고자 확장한다는데…. 확장한다고 정체가 주는 것은 공사 직후가 될 것이다. 차로 확대 일변도의 정책은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게 오랜 연구의 결과다. 지금의 정체를 해소하려고 차로를 확장한다 -> 차량 통행이 원활해진다 -> 차량 이동량이 증가한다 -> 다시 정체된다. 이 패턴이 세계 어디에서든 계속되고 있다.

이건 내가 한 이야기가 아니다.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반드시 차량에 대해 다루게 된다. 그리고 정체에 대한 해결책 따위는 없다는 게 결론이다. 사람들이 차를 덜 끌고 나와야 한다.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교통량을 만들어 낸다. 새로 큰 길이 나면, 너도 나도 나가서 달려보게 되지 않나? 자주 막히는 구간은 알아서 돌아가거나 차를 안 가지고 가지 않나? 도시와 교통에 대한 책을 읽다가 가장 강력한 한 문장은 “정체에 대한 해답은 정체 뿐이다” 였다.

여하튼 일단 금산으로 넘어가는 시민들의 불편이 클테니, 못 본 척 할 수도 없다. 좋다. 공사는 하시라. 거기에 더 불만은 없다. 덕분에 자전거도로 일부가 막혀서 예전에는 횡단보도 없이 지날 수 있었던 길을 이제 횡단보도 두 번을 건너야 갈 수가 있다. 그래도 그건 괜찮다. 참을만 하다. 22년에 준공된다고 하니, 그때 다시 자전거 도로를 되찾을 수 있겠지.

진주 금산교 가기 전 사거리

하지만, 이건 뭔가. 도로를 다시 정비하느라 인도를 없애버렸다. 인도를 없애면 사람은 어디로 다니나? 늘 저 인도를 타고 신호등 두 개를 건너서 혁신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런데 인도를 없앴다. 오늘 보니 일단 연석을 깔아놓은 것을 보면, 곧 인도를 되찾을 수 있겠다. 그런데, 달리 우회를 표시하지도 않고 그냥 길을 없앴다. 처음 저걸 발견하고는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가서 역주행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상식으로는 이렇게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1. 인도를 공사해야 한다.
  2. 기존의 인도를 파헤치기 전에, 보행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치한다.
  3. 인도로 사람이 진입할 만한 구간에는 공사중이라는 안내판을 붙인다. (거기서 헛걸음하지 않고 돌아갈 수 있게)

하지만, 그런 게 없다. 이건 일하는 사람들의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저런 공사를 시행할 때, 별도의 지침이 없다는 뜻일게다. 보행자의 안전 따위는… 그러면서도 안전사고만 나면 일벌백계한다, 관련자 엄중처벌 한다는 기사를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