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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자전거 출퇴근과 패턴 형성에 대해서

일터가는 길



매일 같은 길로 출퇴근을 한다. 몇 번 가보지 않았을 때는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다른 길로 꺾어 가기도 하고, 멈춰서 사진을 찍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늘 정해진 구간으로 간다. 패턴이 생기면, 예상가능한 것들이 늘어난다. 이제 한 신호를 받고 나면 다음 신호에도 걸린다는 걸 안다. 다리를 건널 때에 제법 열심히 달리면,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도 횡단보도를 통과할 수 있다. 며칠 전에는 늘 지나는 다리에서 매일 같은 풍경을 찍어볼까 했는데, 거기서 잠시 멈추니까 더 많은 신호에 걸리게 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위해 패턴을 만들었다. 대개 초안은 심플노트에서 작성, 이미지는 imgbb에 업로드, imgbb에서 받은 html 코드에 width=“700” 속성을 더 하고, 그걸 복사해서 심플노트에 작성하던 글에 붙인다. 심플노트에는 마크다운 문법을 이용해서 글을 작성한다. 글 작성이 끝나면, 글 전체를 복사해서 티스토리에 붙여 넣는다. 이때는 반드시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티스토리 앱에서는 마크다운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브라우저를 통해 티스토리를 열고, 글쓰기를 누르고, 편집 메뉴에서 마크다운을 선택한다. 거기에 복사해뒀던 글을 붙인다. 발행을 누르고, 썸네일은 미리 다운로드 받았던 이미지를 첨부한다. 그렇게 블로그를 올리고 나면, 다시 수정모드로 들어가서 글 전체를 복사하고 내 브런치 페이지를 열어서 글쓰기를 누르고 붙여넣기 한다. 문단간 몇 줄을 띄워주면 끝. 이런 패턴이 손에 익으면 불편함이 적어지고, 매일 블로그에 글을 하나씩 올린다라는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패턴은 목적을 위해 기능한다.

그러니 패턴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 패턴을 만들어야 할 지는 의문이다. 자전거 출퇴근길이 그렇다. 익숙한 길로 다니면 거의 모든 게 예측가능하지만, 지루해진다. 자전거 출퇴근이 목적이 ‘되도록 빠른 시간에 일터까지 가는 것’이라면 패턴은 그 목적에 부합하지만, 지루해지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 잘 생각해 보면, 자전거 출퇴근의 목적은 자가용 출퇴근과는 달라야 한다. 그러니, 일터까지 천천히 풍경도 즐기면서 간다가 더 적확한 목표가 되지 않을까. 이미 빠르게 간다라는 기준에서는 자동차가 훨씬 낫다.

그렇다면, 매일 다른 길로 다른 속도로 다니는 게 좋을까? 패턴을 만들지 않으면 변수가 많아진다. 변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낳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수단으로 출근하던지, 출근 시간에 늦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출근 시간에는 되도록 패턴을 지키는 게 좋다. 퇴근 시간에도 되도록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집에 골인 해야 하는 정해진 시간은 없다. 그러니 집으로 가는 길은 패턴을 만들지 않아도 좋겠다. 아침에는 풍경은 포기한다. 어쨌든 운동은 되니까. 돌아오는 길에는 풍경도 운동도 모두 챙길 수 있다. 게다가 늘 구간을 달리하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당연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맛볼 가능성도 있다.)

나는 오늘 왜 글을 쓰고 있나?
매일 하나의 블로그 글을 올리겠다는 나와의 약속 때문이다.
오늘도 퇴근길은 늘 다니던 그 길이었다.
그래도 페달링에 재미가 들려 정신없이 올 수는 있었고, 재미는 있었다.
그렇다. 쓰려고 하면 무엇에 대해서든 쓰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