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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나의 친애하는 글쓰기 패거리

나에게는 패거리가 있다. 우리는 돈이 되지 않는 일로 모이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한다. 시키지 않는 일을 하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일 한다.


오늘 내가 올린 메시지


#글요일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글쓰는 수요일을 줄여 글요일을 시작했다. 수요일마다 만나서 글을 쓰는 모임이다. 혼자 쓰려면 힘드니 매주 모여서 글을 썼다. 우아하게 브런치 카페에서 만나기도 하고, 주인 없는 소소책방에서 만나기도 했다. 고향같은 도달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 진주의 이야기, 지어낸 이야기를 썼다. 쓰고 나서 돌아가면서 읽고는 좀 부끄러워하고, 좀 쑥쓰러워 했다.

내 휴직이 끝나고도 경원씨가 얼마간 잘 끌어주었다. 그런데 고놈의 코로나 때문에 만남이 어려워지고, 우리는 각자의 가족 속에 갇히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대개의 경우, 돈이 안되는 일이고, 누가 시키지도 않고, 써도 누가 보고 읽고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적인 욕구에 의해 쓰지 않고서는 내 글은 세상에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함께 쓰면 좋다.

어쨌든 자주 오던 분, 한번 와본 분, 그냥 관심있는 분을 모두 모아 채팅방을 열었다. 그리고 부탁을 가장한 꼬득임으로 블로그를 만들었다. 나는 매일 쓰기로 했고, 다른 분들에게는 되도록 매일 써보시라고 했다.

하지만, 글을 쓰기까지 우리를 방해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고, 글은 쓰기 전까지는 쓸 이유가 없어 시작이 쉽지 않다. 나는 이제 SNS를 하지 않고, 뉴스도 잘 보지 않고, 티비는 전혀 보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좋아하는 시리즈가 아니고서는 또 잘 보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내가 아는 분들이 쓴 글을 읽는 게 좋은데, 읽을 글이 부족하다. 그래서 부탁과 종용의 말씀을 오늘 올렸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일을 글로 쓴다.

사람들은 그림 그리기, 악기 다루기, 글쓰기를 잘 하면 너무나 칭찬한다.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잘 그리세요.” “와, 작가하셔도 되겠어요.” 칭찬은 대개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재능이 많으세요.” 로 이어지는 칭찬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누적적이다. 지금 괜찮다면, 괜찮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유명한 지는 잘 모르겠는데, 블로그로 널리 알려져 유명한 작가가 된 세스 고딘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당장 블로깅을 하라’고 조언했다. 공개된 자리에 자신의 글을 써서 올리라고 했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 글은 써야 는다.
- 지금 당신의 글이 충분히 좋지 않더라도, 글을 쓰면서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나는 패거리가 있다. 내 글을 읽어주고, 내게 읽을 것들을 나눠준다. 좋은 습관은 ‘굳은 의지’ 따위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좋은 습관은 함께 할 좋은 사람들에 좌우될 수 있다.
자, 이제 한 편 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