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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넷플릭스 | 영화 추천 | 쓰리 데이즈, 러셀 크로, 리암니슨, 엘리자베스 뱅크스, 올리비아 와일드

쓰리 데이즈

늘 넷플릭스는 내게 영화를 추천하는데, 그걸 끝까지 보게 되는 일이 없다. 어떻게든 넷플릭스에 오래 머물도록 하려면, 넷플릭스는 내게 추천도 잘 해야 하겠지만, 그 전에 좋은 작품을 많이 구비하거나, 제작해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 넷플릭스의 제작 수준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다. 특히 영화에 있어서 그렇다.

영화 한편의 길이는 2시간은 넘어야 하는 것 같다. 마치 이건 장편소설이 되려면 350페이지는 넘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랄가.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는 1시간 30분 짜리도 제법 있었고, 그 중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는 거른다.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들은 이제 야금야금 한 편씩 나올 때마다 보고 있다. 아, 그건 그렇지가 않구나. 제일 좋아하는 시리즈는 블랙리스트(제임스 스페이더 주연)와 퍼니셔(존 번탈 주연)인데, 퍼니셔는 시즌 2까지 나오고 나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블랙리스트는 코로나 때문에 촬영 중단되는 사태로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지금 시즌8에 18번째 에피소드까지 나왔다. 이것 때문에 넷플릭스를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열어본다.

어제는 호평을 받은 영화라는 목록을 보여주는데, 대부분 내가 본 것들이고, 대부분 재미있게 봤던 것들이다. 거기에 쓰리 데이즈가 끼어 있었다. 주연은 눈에 익은 사람, 러셀 크로. 아내를 탈옥시키는 이야기라니 흥미롭다.

— 이하 스포일러 있음 —
아내를 탈옥시키는 영화라니. 제대로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아내의 범죄 혹은 누명을 쓴 경위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수사의 과정. 탈옥을 준비하는 과정과 성공. 그리고 그 이후의 삶도 잠시.

영화 속에서 아내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아내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 설명이 없다. 그런 것 같은 장면은 몇 번 보여주기는 한다. 그리고 아내는 끝까지 누명을 벗지는 못한다.

아내가 혐의가 명백하게 입증되지 못했는데도 교도소로 이송되게 되었고 남편은 마지막 방법으로 탈옥을 계획한다. 이때 조언해주는 사람은 리암 니슨이다. 딱 한 장면 나오는데, 나는 리암 니슨이 나오는 걸 보고, 나중에도 좀 더 나왔으면 하고 기대했었다.

아내의 혐의에 대한 설명은 없기 때문에, 오로지 영화는 탈옥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도 감옥 안에서 탈출 하는 게 아니라, 감옥 밖에서 아내를 꺼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남편의 입장에서. 남편은 아내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 돈을 훔친다. 정말 범죄자가 되는 것. 결국에는? 아내를 탈옥시키는 데 성공하고, 아들과 함께 세 가족은 해외로 나가는 데까지 성공한다.

좋은 영화는 굳이 영화관이 아니어도 도저히 멈추게 만들지 않는 영화인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조마조마 해져서 나도 모르게 한번 영화를 멈췄다. 하지만, 끝을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배가 적당히 나온 중년 남편인 러셀 크로는 멋진 액션씬을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유튜브를 통해 만능키 만드는 법, 차키 없이 차 문을 여는 방법 등을 배운다. 그렇게 어설프게 해도 되나 싶지만, 한편으로는 유튜브로 뭐든 배울 수 있는 세상이기는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시간에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에서, 강도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 변하는 러셀 크로를 보는 게 포인트다. 머뭇거리기도 하고, 거침없이 총을 쏘기도 한다. 어색하지 않은 이 전환은 아마도 러셀 크로의 연기 덕분이겠지? 아내의 결백을 믿는 러셀 크로에 감정이입하게 되면, 그가 일으키는 범죄- 마약조직 두목을 살해하고 돈을 훔치는 일-는 그렇게 나쁜 짓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게 만든다.

갑자기 자기를 탈옥시키겠다는 남편과 정말 잠시간 갈등하는 아내 엘리자베스 뱅크스의 연기도 좋다. 그리고 한 사람 더, 올리비아 와일드가 같은 동네 사는 러셀 크로 아들의 친구의 엄마로 나온다. 몇 장면 안되는 데도 그녀의 눈빛은 뭔가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러셀 크로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 같다고, 그냥 연민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딸의 생일 파티에 아들을 너무 일찍 데리고 온 러셀 크로를 보면서는 ‘모든 걸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만약 이 영화가 시리즈로 다시 만들어 진다면, 그녀의 역할은 훨씬 커지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2시간 동안의 탈출극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