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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가 생각하는 인간상

우치다 타츠루가 생각하는 인간상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 우치다 타츠루, 바다출판사, 2019.

8월 먼북소리, 참석자 3명.
19:00 ~ 21:25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

대세를 따르라고 있는 법 아닌가? 하지만, 우치다 타츠루는 대세를 따르는 삶을 살지 말라고 전한다. 그가 900 단어로 쓴 칼럼을 엮은 책이다. 근 10년 전에 쓴 글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생각들이다. 평소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책과 글을 좋아했던 터라, 먼북소리 멤버들과도 같이 읽기 위해 추천했다. 좀 더 흐름이 긴 글이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딱 좌우 두 페이지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다 보니, 잘 읽혔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책 속에서 저자는 다양한 대상을 비판한다. 하지만, 가장 많은 비판의 화살을 받는 대상은 일본의 정치판과 정치인과 미디어다. 이러한 정치인과 미디어가 있으니 위대한 시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위대한 시민이란, 시류에 영합하여 자신의 이익만 쫓고, 자기가 이룬 것이 오로지 자신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기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자질을 덧붙인다.

바로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는 인간입니다. 그런 사람만 타자와 어울려 공동의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객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소통의 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 사이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떻게 논의해야 하는 문제를 같이 논의할 자리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일본을 경험한 저자가 쓴 이야기지만, 나는 내가 살아가는 현장을 생각했다.

책의 주제가 다양한 만큼 여기에 한번에 도저히 정리할 수가 없다. 예전에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읽을 때 그랬던 것처럼,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그에 대한 내 생각을 하나씩 덧붙이는 글을 써야 이 책을 제대로 읽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모두 읽고, 독서모임 회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뽑아냈다.

약한 인간
심화된 자본주의에 의해서, 극대화된 편의에 의해서, 난장판인 정치와 미디어에 의해서 인간은 고유의 감각을 잃기 시작한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유통기한에만 의존해서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그는 생존에 대한 자신의 감각이 무뎌졌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무엇이든 일단 버리는 게 안전하다. 맛보기따위는 없다. 차로 이동하고 사방이 강건한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에서만 생활한다. 사계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안전한 곳에서 자주 감상하기만 한다. 지금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그저 원래 그런거지 라고 생각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결론 내린다. 자신의 나약함을 들키기 않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사모으고, 더 적은 노력을 들이고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국룰이 되어 버렸다.

야생의 인간의 감각이 많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닌가. 그런 것 같다.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기다 보니, 내 자신에게도 가격표를 붙이고 쉽게 자기혐오에 빠진다. 혐오에서 벗어나려고 Youtube를 켠다. 잠시 잊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는 점에서, 술이나 Youtube나 SNS는 사실상 같은 것이 아닌가.

어떻게 감각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생존의 감각이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람들을 키워낼 것인가?

내가 답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나를 나약하게 하는 것들에 도전해보는 게 우선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