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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납작한 삶을 포개어 두께를 만든다

재윤이 삶 | 미메시스 | 리디셀렉트 

 

재윤의 삶


진주문고 혁신점 ‘여름’ 매대에서 봤다. 한달 전 쯤에 진주문고 혁신점에 갔을 때, 거기에는 온통 파란색인 책들과 물건이 그득했고, 그 매대는 “여름”을 주제로 한 매대였다. 그리고 잠시 이 책의 표지를 봤다. 그리고 출판사도. 미메시스는 괜찮은 그래픽 노블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저 작품도 좋기는 하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쌩~ 지나갔다.

경상도 출신의 한 비혼여성의 서울에서의 삶이 소재다. 대략 그녀의 나이를 예측할 수 있는 장면(노래방, 동전노래방 아니고 진짜 노래방), 경상도 출신임을 알 수 있는 말(자연스러운 사투리). 그런 것 덕분에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좋은 것이 아니다.

우선 그림은 군더더기 없지만, 그렇다고 매우 칼같이 깔끔하게 다듬은 것 같지 않아서 좋다. 어쩜 강렬할 수도 있을만큼 단색을 쓰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떤 리듬이 있는 것 같아서 좋다. 특히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혼의 삶, 서울살이, 한국살이, 외로움, 희망 등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여성이 읽는다면 더 공감될 부분이 많다. 나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그저 남자일 뿐.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나 두려움을 묘사한 장면을 보면, 오늘도 보았던 뉴스(유도 금메달리스트 왕*춘의 미성년자인 제자 성폭행)가 내게는 뉴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지겹도록 지속되는 실제적 위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더 좋았던 점은, 어려워서 자꾸 읽다가 그만두고 있는 책 때문에 책읽기의 리듬이 끊겨 버렸는데,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다시금 책을 잡고 읽기 좋기 때문이다.

강추하는 책!

리디셀렉트에서도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