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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너를 사랑하려고 아빠는 태어났어.

요리하는 딸 

 

딸은 아직도 독재자다. 내가 등을 보이면 늘 엎히고, 나를 이리오라 저리가라 한다. 먹다가 남는 건 나에게 버리고, 내가 먹는 맛있는 건 뺏아먹는다. 안으려고 하면 등을 돌리다가도 '싫어'하는 데도 날 와서 안는다. 사진을 찍으려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찍으면서 웃는다. 아침에는 '아빠 간다' 해도 쳐다보지도 않다가, 잠자러 갈 시간이 되면 나에게 쪼르르 와서는 '나, 좀 옮겨줘~.' 라며 나무처럼 곧게 서 있는다. 

 

내일이 딸의 일곱살 생일이라 오늘은 편지를 썼다. 길게 쓸 수도 있지만, 너무 길면 읽기 힘들어할까봐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 조금, '사랑한다는 말' 많이 넣어 간단히 썼다. 내일은 아무 약속도 없고, 딸이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게 내가 되도록 옆을 지키고 있을 생각이다. 

 

아내는 고기를 사뒀고, 나는 케이크를 미리 주문해뒀다. 생일선물로 운동화를 이미 사줬지만, 딸이 좋아할 것 같아서는 나는 스탬프와 이쁜 도장도 하나 준비했다. 내일은 오로지 딸을 위한 시간이 되면, 분명 아들이 섭섭해 할 것 같아서 아들에게도 편지를 썼다. 둘째가 사랑받는 걸 보는 첫째의 마음은 어떨까. 자기가 받아야 할 사랑이 다른 데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느끼지 않을까. 아들에게는 고맙다는 말 많이, 사랑한다는 말 많이 넣어서 편지를 썼다. 

 

내일은 사랑하는 내 딸의 생일이고, 나는 벌써 자뭇 설레인다. 

딸, 사랑해. 

너를 사랑하려고 태어난 것처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