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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잊혀서 좋다 잊힌다. 얼마나 빠르게 잊히느냐는 상관없다. 유치원 선생님도, 초등학교 선생님도, 중고등학교 선생님도 결국 잊힌다. 교사는 잊혀야 하는 존재라고 어떤 교육자가 이야기했다. 강아지 똥풀 속 강아지똥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꽃을 피운다. 어떻게든 좋은 교사가 되겠다와 나쁜 선생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두 축을 오간다. 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당장 나의 역할이 어마어마 한 것 같지만, 결국 학생들은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 어른,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분을 얻고, 소화시키고, 성장한다. 성장이 빠른 학생도 있고, 늦디 늦은 학생도 있다. 학생들에게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은 지금의 내 부담을 줄여주는 주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담임을 했던 학생들을 만나면, 내 눈은 애틋해지고, 내 손은 아이를 불러 세운다. .. 더보기
성적표 발송하는 날 휴 내 성적도 아닌데, 보며 한숨을 쉰다. 성적표를 받고 기분 좋은 웃음 짓는 학생을 본 기억이 없다. 시험이 없으면 공부 안 할거라 말하는 어른이 가끔 있는데, 시험 없이도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리라. 세상이라는 복잡한 문제에는 뾰족한 답이라고는 없지만, 가끔 복잡한 문제를 둘러 가고 싶고, 갈피를 못 잡는 표정을 피해 가고 싶다. 시험 따위 필요없다 일갈하는 낭만주의자는 아니지만, 이미 받은 성적을 두고 너무 후회할 필요가 없다. 부모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나는 이렇게 썼다. 1차고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성적의 높고 낮음에 관련없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번갈아 가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뒤쳐지지 않고 수업 .. 더보기
학급활동 마니또 실패기 학급 활동에 실패는 없다. 실패는 없지만, 잘 되는 활동도 있기는 하다. 그간 담임을 해오면서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도 뜻깊으면서도 학생들에게 재미를 주는 학급 활동은 매달 단체 사진 찍기였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것(그게 교실을 바로 나가기만 하는 것이라 할 지라도)을 학생들이 힘들어 혹은 귀찮아 할 때는 있었어도 모두들 카메라 앞에서는 즐거웠고, 출력된 사진을 보면 더 즐거워 했다. 올해에도 매달 학급 사진 찍기는 진행 중이다. 단,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이 교차되면서, 두 주 정도 등교하면 한 달이 가버린다. 자칫하면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칠 수가 있다. 지난 달에서는 그래서 교실에서 30일이 되어서야 찍을 수가 있었다. 학생들과 학급 친구들끼리 친해지기 위한 활동을 생각하다가 마니또.. 더보기
담임이 하는 일을 학생이 알게 하라 코로나 시대 담임, 청소하며 학생 기다리기 오늘은 목요일. 아침에는 줌으로 조례를 하며, 학생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아침 조례를 하는 이유는 잠을 완전히 깨고 공부할 준비를 마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요즘에는 줌에서 만나서 간단한 게임을 하고 헤어진다. 그 사이 학생들에게 자가진단을 모두 마치게 한다. 수업 진행되는 사항을 보고, 학생들이 수업을 제때 듣고 있는지 확인한다. 들어야 하는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에게는 문자를 보내고, 가끔 전화를 한다. 오늘은 목요일. 오후가 되어 교실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지지난주에 청소를 할 때 보니 청소를 다 하고 났는데, 먼지 덩이가 많이 보였다. 학교 의자 때문이었다. 의자가 좋기는 한데, 이 의자는 의자 다리 아래에 먼지가 잘 뭉친다. 그러니 빗자루로 쓸고 .. 더보기
온라인 수업 출첵으로 학생들 알아가기 온라인 수업에서의 ‘출석’에 대한 규정을 보면 사실상 ‘지각’이라는 게 없다. 선생님의 조례는 수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만약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면, 학생이 원하는 수업부터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원한다면 8시가 되기 전에 언제라도 자기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학생들이 학교에 올 때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공부할 준비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적당한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밥을 먹는 것.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학습도 성장도 가능하다. 지금 학교에서 사용중인 EBS온라인클래스에서는 실시간 조례 기능을 제공한다. 일단 사용해 보지 않아서 어떤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모른다. 설명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들의 얼굴을 모두 볼 .. 더보기
마스크 너머 보기 오늘 오전에는 어제 학생들은 받고 나서 두고 간 장미들을 급히 구한 꿀병에 꽂았습니다. 어제 학생들에게 장미를 나눠주었는데, 굳이 집에까지 안 가지고 가고 싶은 사람도 있겠다고 싶었고 그런 사람은 두고 가면 모아서 교실에 두겠다고 말했습니다. 들고 간 학생들도 있고 두고 간 학생도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버리기도 했다는데, 우리 반 학생들은 적어도 버리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제가 개학이니 오늘이 실제로 첫 등교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명은 등교 시간을 조금 넘겨서 등교하기도 했지만, 일찍 와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지난해부터 생각해온 던 것 중 하나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때마침 어제 우리 반 학생들 중 몇 명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NEIS에 .. 더보기
새학기를 맞이하는 2월의 하루 마카롱새학기맞이 연수 일정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연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학년모임과 교과별 모임이 있었습니다. 학년 모임의 경우에는, 개학하는 날부터 어떻게 새로운 학년도를 꾸려나갈지 이야기 해봐야 했습니다.우리 학교의 경우, 공정무역이나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주제로 학년별로 교육과정 재구성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 이라고는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각 교과의 교육내용을 온전히 교과에서 정하기 때문에, 수행평가 를 학교 교육과정의 중심 주제 중 하나인 공정무역이나 민주시민 교육에 맞춰 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의 재구성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등교했을 때 어떤 활동으로 채워 나가야 학생들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새학교에서의 첫 .. 더보기
새학기를 맞이하는 2월의 하루 마카롱 새학기맞이 연수 일정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연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학년모임과 교과별 모임이 있었습니다. 학년 모임의 경우에는, 개학하는 날부터 어떻게 새로운 학년도를 꾸려나갈지 이야기 해봐야 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공정무역이나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주제로 학년별로 교육과정 재구성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 이라고는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각 교과의 교육내용을 온전히 교과에서 정하기 때문에, 수행평가 를 학교 교육과정의 중심 주제 중 하나인 공정무역이나 민주시민 교육에 맞춰 보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의 재구성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등교했을 때 어떤 활동으로 채워 나가야 학생들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새학교에서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