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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10월의 마지막 날 10살 아들과 지리산 천왕봉 등산할 때 준비해야 할 것

날짜 : 2020년 10월 31일 토요일 

동선 : 7시 30분 진주 공설운동장에서 출발 - 8시 30분 중산리 주차장 도착 - 셔틀버스 타고 이동 - 8시 46분 산행 시작 - 천왕봉, 점심식사 -  칼바위를 지나서 4시 20분 하산 완료 - 저녁 식사 - 진주 도착 

인원 : 나와 아들 포함 7명(4명은 천왕봉 초행) 

준비물 : 28리터 정도의 가방 - 생수 500mm 4병, 충무김밥과 반찬 2인분, 오이와 과일(오이 반쪽, 귤 4개, 방울토마토) 2 봉지, 초코바, 사탕 등, 아들 두꺼운 겨울 외투, 내 바람막이, 아들 바람막이, 아들 털모자, insta 360 one x 카메라 및 배터리, 보온병에 넣은 따뜻한 커피 500cc 

기록 

스트라바기록

 

갑작스럽게 참여하게 된 산행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독서 모임에서 영화관에도 가서 충분히 토요일 산행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대로 아들과 단 둘이서 지리산에 가는 것보다는 다른 일행이 있으면 이동도 준비도 쉽고 산행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 나는 중산리-천왕봉 코스로만 이미 3번을 갔던 터였다. 나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아들이 힘들어하면 중간에 법계사에서 쉬다가 하산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은 끝까지 올랐다. 산행 중에 만난 등산객들이 '멋지다', '몇 학년이냐?' '대단하다'라고 칭찬을 하니, 아들은 분명 힘이 났을 것이다. 

지난번 천왕봉에 오르고 벌써 5년은 지났으니, 나는 그 사이 체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 먹을 것까지 내 가방에 넣으니 제법 무거웠다. 나는 짐은 적을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산행을 할 때에도 물도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산행은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오르면서는 쉬고 싶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른 코스로도 지리산을 좀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계사까지 가는 길에서도 아들은 별로 지치지 않았다. 아들과 멀리 걷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참 많은 대단한 어린이들이 장거리를 걷거나 산행을 즐기는 지 모르겠지만, 아들은 초3이 되면서 꽤 긴 시간을 걸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른 산에도 가보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길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나는 아들에게 걷는 요령, 등산스틱 쓰는 요령을 알려주면서 걸었다. 이번에 다니면서 지리산 올라가는 길에 돌이 많다는 걸 알았다. 나는 등산화도 아니고 그냥 겨울철 부츠를 신고 갔는데, 바닥이 물러서 그런지 계속 걷다보니 좀 불편했다. 이제 등산화도 사야 하는 건가. 돌이 이렇게 많지만 않다면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될 텐데. 등산스틱도 없어서 이번에는 빌려서 갔다. 그냥 사면되지만, 뭘 하나 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좀 알아보는 편이라 급히 빌려서 갔다. 올라갈 때는 아들 하나, 나 하나. 내려올 때도 그렇게 내려왔다. 아들은 등산스틱 쓰는 게 익숙지 않아서 자칫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자주 아들 것까지 들고 내려왔다. (지리산은 계단이 많고, 스틱이 잘못 꽂히기라도 하면 넘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산행 전에 날씨를 알아봤는데, 천왕봉은 낮 최고기온이 5도였다. 바람은 9m/s. 그래도 추울 것 같아서 아들 두꺼운 외투를 가지고 갔는데, 정상에 올라가서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 가방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들 옷이지만 부피가 커서 가방을 가득 채웠다. 가을에는 너무 두꺼운 외투까지는 가지고 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올라 갈 때도, 내려갈 때도 충분히 따뜻했다. (라고 하지만, 나는 아들에게 얇은 아래위 내복을 입혔다. 상의는 긴팔 셔츠, 그 위에 스웻셔츠) 

베어 그릴스를 좋아하는 아들은 오로지 '자작나무'를 찾았다. 그리고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다. 곧게 뻗은 자작나무가 반짝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