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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학급이야기

회의회의회의

2018.12.14. 발행

학교는 '회'가 많다. '교과협의회', '평가협의회', '다면평가위원회', '진급사정위원회'.... 도저히 다 기억해낼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어떤 '협의체'에 속해 있는 지를 한번에 생각해 내기 힘들 정도다. 상시 모임이 있는 게 아니라, 사안이 있을 때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회의는 대개 길어지고 소모적이다. 새로운 것을 도모하는 기획회의가 적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교육활동 평가 및 환류'를 위한 모임이 있었다. 참석 대상은 전교사. 가끔 있는 교직원회의에 행정실 직원들은 왜 다 오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대개 수많은 회의는 교사의 몫이다. '회의'에 대해서는 교사와 그 외의 직원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대개의 업무는 그렇지 않은 데 말이다.

 

2018학년도 계획하고 실행했던 업무를 살펴보고, 내년에 해당 업무에 있어서 제안할 것에 대해서 말하는 자리였다. 나는 말할 것이 있어서 더 진득하게 앉아 있었다. 회의는 2시에 시작되었는 데, 4시 30분에 끝이 났다. 강당에 앉아, 해야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가 이야기하는 방식이라, 이것을 회의라 부르기는 애매하다.

 

아무튼 여러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거의 처음으로 회의 자리에서 들었다. 교무회의에서는 교장, 교감, 행정실장, 그리고 각 부장들, 친목회장의 이야기 빼고는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오늘은 업무를 담당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나마 좋은 시간이었다. 시간표를 작성하는 선생님은, 학생을 최우선을 시간표를 작성한다. 선생님들 개인의 사정을 너무 어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요구 때문에 업무가 너무 힘들 때가 있다. 평가 담당선생님은, '안전한' 고사 진행을 위해 당부를 하고, 감독 시간표에 대해서도 부탁을 했다. 되도록 감독을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은 일이다. 책임질 일이 적어져야 위험에 노출되는 일도 적다. 그렇다. 교사 개인에게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우면 지울수록 그 위험은 되도록 피해야할 것이 된다. 수능감독 중 수능이 끝나고 민원 때문에 사유서를 쓰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교사들이 꽤 많다. 법적으로 강제된 업무가 아닌데도 책임은 무겁다.

 

나는 방과후업무를 담당했다. 이제 어느 누구도, 학생들의 선택을 거스르를 방과후 수업을 학생에게 강제할 수 없다. '잡아서 공부 시키기' 라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그리고 방과후수업 또한 수업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되도록 공부를 많이 시켜야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많다.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방과후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수업을 개설하되 모든 학생이 수업을 듣도록 시간표를 작성할 때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우리학교에서는 방과후 수업이 모두 끝나는 시점에 수업료를 징수하고 집행하는 데, 애초에 수업을 듣기로 한 학생들이 마음이 바꾸는 바람에 환불을 해야 하는 일도 있다. 돈을 쌓아두고 누구든 환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학교시설물을 쓰는 명목으로 책정된 수업료의 7%이하의 수용비에서 환불이 된다. 하지만, 여러 학생이 환불 받기를 원한다면? 내년에는 수업을 개설하고, 개설한 과목에 대해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적정 인원이 안되면 폐강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겠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인 것은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지도'에 대한 것.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의 '권위'와 상충한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도 아니다.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학교, 그곳에서 지켜져야 하는 질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자유와 행복.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야기를 나누고, 끝낼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정을 만들고 합의해야 한다. 그 규정을 서로 잘 지키는 지에 대해 감시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처벌이나 강제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이에 대해 준비가 없다. 그럼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모두 교사가 각자 교실에서 견디어야 한다. 학생들은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학생들대로 혼란스럽다. 그 혼란 속에서 제대로된 수업이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회의는 더 필요하고, 당장 실행을 위한 회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학교의 변화외 사회의 요구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면서, 혹은 내가 조금은 더 학교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여러 교사가 모인 가운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의견을 내고 그를 실천하는 사람만이 변화를 이룰 수 있다. 학교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 협력을 통한 의사결정의 효과에 대해 믿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점점 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다. 그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실천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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