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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Stuff

하이킹에 쓰려고 주문한 윈드셔츠, 파타고니아 후디니 스냅티 풀오버

어떤 물건을 반드시 사야 하는 이유 따위는 없다. 그저 사고 싶어서 그런 것.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를 덧붙여서 주변의 사람들까지 설득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은 '나'만 설득해서 결제하면 된다. 어제 파타고니아 후디니 스냅티 풀오버를 결제했다. 이름이 참 길고 복잡하다. 

 

파타고니아 : 브랜드 이름

후디니 : 바람막이류에 붙인 파타고니아의 제품 이름

스냅티 : 똑딱이  단추로 여미는 스타일

풀오버 : 뒤집어쓰는 옷 

 

바람막이인데, 재킷이 아니라 뒤집어쓰는 것을 산 것. 이 제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눈에 띄지도 않았고, 아주 대중적인 제품도 아니다. (파타고니아의 대중적인 제품이라면 역시 여름철 p6티셔츠, 배기스 팬츠, 레트로 재킷이나 베스트 정도. 

그런데, 며칠 전 이 책을 읽다가 검색해 보게 되면서 후디니 풀오버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캠핑과 백패킹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서 읽었던 책이다. 4년전쯤에 사서 읽을 것 같은데,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아무튼 읽은 지 꽤 오래되었다. 이제 아주 가끔 캠핑도 가고, 브롬톤을 타고 캠핑도 가봐야지 생각하면서 이 책을 다시 꺼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지정된 야영장에서만 야영과 취사가 허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오토캠핑은 별로라. 오토캠핑이라고 해도 장비는 좀 간소하게 유지해왔다. 그게 백패킹으로 전환될만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어쨌든 차도 작고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게다가 캠핑 가서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하기 때문에. 

 

아무튼 저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가벼운 배낭, 짐을 줄이면서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최소한의 짐을 지는 것은 비단 '체력' 때문만은 아니다. 분명 15kg짐을 지고 가는 사람은 10kg 짐을 지고 가는 사람보다 멀리 갈 수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울트라 하이킹이 제시하는 경량화는 짐을 가볍게 함으로써 자연에 더 다가가자는 것이다. 가벼운 걸음은 산속에 난 작은 길에도 부담을 덜 준다. 텐트보다는 타프가 흔적을 덜 남긴다. 화식보다는 비화식이 흔적을 덜 남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욕심과 편리를 끌고 가자면 짐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나는 어느 정도까지 불편을 견디면서 짐을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다. 제한된 예산도 중요한 축이다. 

 

그러다가 '오프셔츠의 진화형'이라는 글을 읽는데, '윈드 셔츠'라는 용어가 등장하다. 윈드브레이커(바람막이)는 익숙한데, 윈드 셔츠는 나는 처음이다. 생긴 모양이 익숙하다. 특징은 빠르게 마르면서, 가벼운 비바람을 막아주고, 땀은 배출해주는 것. 오호. 그래서 제품을 검색해 본다. 그렇게 눈에 띈 파타고니아 제품. 재킷의 경우 이미 '알파인 후디니 재킷'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그냥 후디니 재킷'을 살 걸 생각하지만, 그당시에는 파타고니아 제품을 처음 살 때였고 알파인 후디니 재킷의 색깔이 더 이뻤다; 

 

링크의 사이트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을 보고 있는데, 나에게 없는 '파타고니아 후디니 스냅티 풀오버'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미 제품이 사라졌다. 미국 홈페이지에서도 'windbreaker'로 분류해두었다.

 

이 제품의 장점은 가볍다는 것. 113g밖에 나가지 않는다. (후디니 재킷은 105g이다.) 재킷에 비해 무거운 이유는 주머니를 만들고(후디니 재킷에는 주머니가 없다.), 지퍼를 달면서 그만큼의 무게가 더해지지 않았나 싶다. 미국 공홈의 리뷰를 읽어보면 칭찬 일색이다. Regular fit이라 약간 펑퍼짐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일단 길이에 대한 불만은 없다. 좀 애매하긴 하지만 나는 M사이즈를 주문. M사이즈는 대략 105 사이즈에 가깝다. Relaxed fit으로 나왔다면 분명 S사이즈로 충분할 텐데 고민하다가 M사이즈로. 

 

출처 :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이 사람같은 느낌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