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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모임

코로나 이후 첫 오프라인 독서모임 - 사람 사이의 인력

독서모임 장소 앞

 

얼마 만에 오프라인 독서모임인가. 

나는 오프라인 모임을 기다렸는 지 모르겠다. 온라인 모임을 오래 하다 보니 그렇게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도 오프라인으로 만나니 좋았다. 만남은 대개 오프라인이었지만, 코로나 덕분에 만남의 양식은 다양해졌고, 온라인에 많은 사람들이 적응했다. 

오늘 독서 모임의 내용과는 별게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온라인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모임 앞 뒤로 소모되는 시간이 적었다. 모임을 준비하는 시간이 적으니, 남은 시간은 또 다르게 사용할 수 있었다.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이야기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하게 되어, 나의 이야기가 방해 받는 경우도,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 경우도 없다. 채팅도 사용할 수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오로지 하나의 방식(말하기)으로만 끌어가지 않아도 되었다. 채팅은 제 2의 채널이 되어서, 두 개의 방법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뵙는 분도 있었다. 늘상 하는 것처럼, 근황 이야기를 했는데,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좀 더 길어지고, 근황이 아니라 자기 소개를 덧붙이게 되었다. 우리는 실체를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났다. 아바타 같던 화면 속의 사람이 얼굴과 몸과 마음을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났다. 

오프라인은 무엇이 더 좋은가.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어려워 온라인으로 얻을 수 없는 오프라인의 특징에 대해 생각한다. 실체를 가진 사람. 사람은 죽어도 사랑받을 수 있고, 우리는 내 곁에 없는 대상을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리운 것은 그게 한 방향이기도 하지만, 실체감 없는 대상을 사랑하고 그리워 해야 해서도 그렇다. 실체가 없어도 되고, 기억만으로 충분하다면, 우리는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메모, 사진 따위가 필요치 않다. 실물은 실물대로 의미를 가진다. 

불타버린 숭례문은 똑같이 지어도 예전과 같지 않다. 사라진 실체는 복원되지 않는다. 공간과 건물, 사람과 실체는 우리에게 중력을 가진 존재로 다가온다. 어쩜, 뉴턴이 발견한 인력이 사람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으면 인력을 체감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우리는 "끌린다"는 표현을 쓴다.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지 못하듯, 지구가 태양을 계속 돌듯, 나와 너는 끌린다. 온라인으로 만나면 인력은 희미하다. 직접 만나면 인력은 강력하다. 문화와 이성 덕분에 우리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실체감이란 끌림이고, 그 끌림이란 온라인에서는 매우 어렵고 희미하다. 

 

다음 모임도 오프라인으로 하기로 했다. 더 이상 독서모임을 '오프라인독서모임'이라 부르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독서모임은 그냥 독서모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