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책모임

먼북소리 5월 모임: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한 배우나, 한 감독의 작품을 자꾸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우가, 그 감독이 줄 수 있는 분명한 무엇인가가 있어서가 아닐까? 배우가 늙어가도, 역할이 달라져도 그 배우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할 수만 있다면, 그 배우의 영화를 보게 된다.

먼북소리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교수는 정치에 대한 냉소를 경계한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그가 가진 위트와 유머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한발만 더 디디면 정치다 라고 이야기해준다. 혼자 산 속으로 들어가서 "숯불갈비나 처 먹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정치의 그물망 아래에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로 태어났기 때문에, 혹은 정치적 동물로 존재할 때에만 인간이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책에 대한 총평부터

  • 정치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 책에 담긴 삽화를 보면서, ‘그림’이 굉장히 정치적인 것이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어떤 삽화는 왜 삽입되었는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 전반부는 힘껏 독자를 끌어들이는데, 중후반부에는 그게 약하다.

논의의 방식

책의 재미에 대해서는 먼북소리 멤버 모두 수긍했다. 나도 김영민 교수님이 자꾸 글을 써주면 좋겠다. 특히 다양한 그림과 영화, 시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풀어주는 게 좋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작품들을 던져주니 자극이 될 수 밖에 없다. 한 인터뷰에서 목적없이 공부하다가 공부의 의미를 발견했다는데, 그가 유지하고 있는 그 학자라는 정체성은 무척 부럽다. 누구나 학자가 될 수 있지만, 학위가 없더라도, 분명 학자라는 정체성을 갖기 위한 문턱은 존재한다. 나는 언제쯤 그 문턱을 넘을 수 있으려나. 하지만, 연구자라는 정체성이 정량적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에 대한 것이라면,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오늘은 책을 2/3읽은 사람(나), 책을 1/2 읽은 사람, 책을 다 읽은 사람, 책을 읽지 않은 사람 2로 구성된 모임이다. 책을 읽은 사람이 자신에게 흥미로웠던 부분을 공유하고 읽어주고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독서모임에 오는 게 중요하지만, 책과 관련도 없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그 균형은 서로 조금씩 여지를 마련하면 된다. 오랜만에 서로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었다.

사람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다 생각하는 때는 언제인가?

91페이지, 양주와 아리스토텔레스를 비교한다. 혼자

  • 좋은 날씨에 도서관에 갈 때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정치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 INFT,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를 재우고 한 시간 정도 필사를 한다. 그렇게 하고나서 한 시나 두 시에 잠든다.
  • 다른 도시를 돌아다닐 때,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고, 해방감을 느낀다.
  • 해뜨기 전 어스름한 하늘

귀찮음 때문에 망한 경험/ 귀찮음에 대응하는 방법

  • 자극이 되는 영상을 본다
  • 일어났을 때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해야 할 것, 기억할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

내 생애 최초의 정치적 순간

  • 초등학교 시절 회장과 부회장 선거를 목격한 때
  •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는 때

나의 존재가 다른 사람의 존재 덕분이라는 점, 이걸 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도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란 원만하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다. 김영민 교수는 갈등에 대한 접근을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혹은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행위로 본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을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생긴다. 소외되더라도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있다. 나는 인간이 자식세대에게 물려주는 중요한 유전 정보는 외향적인 것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아들과 딸은 내 코를 닮았지만, 나는 내게 좋은 자질이 있다면 그것을 물려받았으면 한다. 내 얼굴은 닮지 않아도 좋지만, 내 성격상의 장점, 세상을 살아가며 내게 참 도움이 되었던 나의 자질을 아이들이 물려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아마 아이들은 일부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정치적이고, 인간은 정치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을 압도할 수 있었다. 그러니, 부모세대가 물려주는 가장 중요한 자질도 정치에 대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 사람의 생각은 한 사람의 가정*일 뿐이다. 사실인냥 이야기하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너무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그 사람이 *옳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가정 뒤에 숨어 있는 전제가 무엇인지 고심해 보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 그 사람을 끼워주면 된다. 쉽지 않으니,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어려운 일은 귀찮음보다 더 귀찮다. 하지만, 귀찮지 않은 일은 무언가를 이뤄낼 수도 없는 일이다. 정치는 귀찮지만, 정치는 소중하다. 어느새 정치라고 하면 늘 정당정치만 생각했었으나, 김영민 교수는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인간의 기본적인 행동 양식으로서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출근해서 맞닥뜨리자. 갈등이 가장 큰 정치의 장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럴 때는 달콤한 초콜릿을 먹든, 향 좋은 커피를 마시든 하자. 나도 일단 살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