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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모임

독서모임 먼북소리의 미래

오랜만에 커피숍이고, 오랜만에 학교 밖 사람을 만났다. 독서 모임을 꾸려 나가면서, 늘 겪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2년간은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면서 온라인의 장점도, 온라인의 한계도 느꼈다. 그래서 만났다.

그라운드 헤븐

독서모임은 '독서'활동이기도 하고, '모임'이기도 하다. 어떤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그 모임의 역동성은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 독서 모임의 경우 '독서'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린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판기에서 음료를 빼먹듯,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책 이야기 나눈다는 점에서 '모임'의 성격은 다소 약해졌다. 어떻게 다시 이 모임을 정의할 것인가? 독서모임을 같이 시작한 교수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사이, 사르르 다음 달 모임은 오프라인으로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지금의 #먼북소리 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간 해왔던 온라인 독서 모임의 장단점에 대해 써보자.

온라인 독서 모임의 장점

온라인 독서 모임의 장점은 우선 경청에 있다. 온라인 독서 모임은 턴(turn)을 돌려가며 하는 대화다. 다른 사람의 대화를 자르기가 어렵고, 두 사람의 마이크가 겹치면 아무것도 사실 들을 수 없게 된다. 대개 순서가 있고, 누군가 말할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여 만나지 않으니 이동 시간이 필요없다. 7시 모임이면, 6시 55분에 준비해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9시에 모임이 끝나면, 바로 씻고 잘 준비를 할 수가 있다. 모임 후기까지 작성하고 잠들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다.
우리 모임은 모두 진주에 사는 분들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지역적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어디에 있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 독서 모임의 단점

참여가 쉬운 만큼 불참도 쉽다. 오프라인 모임은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해서 나가게 되기도 한다. 어떤 공간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바람맞힐 수는 없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약속을 지킨다. 오프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하려면 애초에 모임 앞뒤의 시간까지 빼야 한다. 모임이 물리적 공간을 가지는 만큼, 모임에 대한 약속도 물리적 크기를 가진다. 온라인은 그렇지 않다.
순서대로 이야기하는 장점도 있지만, 무작위적인 난투 혹은 난장이 없다. 일상의 대화에서, 말과 말 사이 잠시의 막간을 끊는 일 따위는 제법 흔하다. 그리고 가끔 그런 장면 때문에 대화의 밀도가 높아지거나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 그에 비해 온라인 독서 모임의 대화는 다소 단조롭다.
우리 모임은 늘 근황이야기로 모임을 시작하고, 총평으로 모임을 끝내지만, 그 근황 이야기로 전해지지 않는 감각이 있다. 만나서 악수하고, 얼굴과 몸짓을 살피는 일은 모임의 한 큰 구성요소가 되었으나, 온라인에는 그런 게 없다.

우리 다시 만나

앞으로의 이 모임이 어찌 될 지 모르겠지만, 나는 독서모임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절대 모임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나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 온 사람을 환영하고, 나오지 않는 분에게 연락하고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임이란 결국 사람들 사이의 관계이고, 독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게 사람들 간의 좋은 관계이다. 좋은 관계는 마을을 만든다.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비슷한 뜻을 가진 혹은 다른 뜻을 가지더라도 서로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정치체가 될 수 있다.

다시 만나면, 또 반가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