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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추석날 만나는 고향 친구

어린시절 같은 진주의 한 동네



햇수로 35년은 되었을 친구를 만났다. 고향친구라고 해야 이제 별로 남지 않았지만, 떠나왔다기 보다는 멀어졌다. 나는 반드시 자주봐야 ‘친구’라고 기억하지 않지만 관계란 자주 봐야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아이들 몸이 안 좋아지면서 서울여행도 급히 끝내고 본가에도 가지 못하게 되면서 부산에서 보기로 했던 이 친구를 보지 못할 뻔 했다. 우리 부모님이 이사를 한 같은 동네에 그 친구의 부모님도 살고 계셨다. 어릴 적 집 앞에서 만나듯 오늘은 걸어서 나와 만났다. 나 혼자서 부산에 갔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부산에 가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을 부산에서 먹었다. 차례도 지내지 않는데, 우리 먹으라며 나물, 튀김, 탕국까지 했다. 유튜브를 보고 배웠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새우튀김을 내놓았다. 엄마는 무슨 일을 해도 잘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좋은 엄마였던 것처럼.

멀리서 오는 친구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슬림한 셔츠를 입어서 그런가 예전에 봤던 것보다 살이 빠진 것 같았다. 몇 년전에 봤었나.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이 한창이던 때였던 것 같다.

조금 걸어 스타벅스로 갔다. 주차장이 충분하지 않아서 구매금액에 따라 무려 주차 시간을 주는 매장이었다. 걸어왔으니 주차료 걱정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친구의 사업이 걱정되었고 친구는 나의 학교 생활을 걱정했다. 이제 뉴스에 나는 일은 친구에게도 나에게도 늘 중요한 일이 되었다. 중국에서 물품을 수입해서 파는 친구는 코로나 이후 내내 힘들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뉴스에 나오는 학교 관련 뉴스를 보면서 나는 어떤지 물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지. 좋은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 별 탈 없이 일하고 있어.’

나는 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그저 궁금하지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지금은 오로지 견디는 중이라는 친구는 그동안 모아둔 필름 카메라와 렌즈를 다 처분했다고 했다. 자본주의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응원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오랜만에 보아 어색했던 침묵의 순간도 줄었다. 우린 별로 달라진 바가 없고 이야기를 하면서 거리끼는 것도 없었다. 예전의 추억들과 기억들을 떠올리며 유쾌해졌다.

커피숍에서 자리를 옮겨 돼지국밥을 먹었다. 그렇게 헤어지기 아쉬워서 다시 집 방향으로 걸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또 이야기를 더 했다. 나는 서울살이가 힘들면 지방으로 와서도 궁리를 해보라고 했다. 지리산이 보이는 곳 아래에서 사는 것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해줬다.

다음에는 친구를 보기 위해서 사울에 한번 가고 싶다. 그게 언제가 되려나. 그래도 시간을 내거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