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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좋아하던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리스트'가 끝나고..

악당을 연기하는 기분은 어떨까? 매력적인 범죄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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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James Spader 가 연기한 범죄자는 매력이 있었다. 와인부터 예술작품까지 취향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으며,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감쪽같이 선물을 준비하고, 그러면서도 전세계에 펼쳐져 있는 범죄조직을 관리하는 사람. 나는 제법 많은 밤을 그가 출연한 The Blacklist를 보면서 보냈다. 2013년부터 제작 방영되었다지만 나는 한참 후에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넷플릭스에서 매주 월요일 새로운 에피소르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초반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졌고, 제작비도 줄어들었는지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자원도 너무나 줄었다. 그래도 James Sapder 혼자서도 극을 끌어나갈 수 있었다.

James-Spader-The-Blacklist

줄거리

상당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흔히 Red로 불리는 Raymond Reddington은 수배 1순위 범죄자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스스로 FBI를 찾아오고 갓 입사한 프로파일러인 Elizabeth 와만 대화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FBI의 한 전담팀과 인연이 되고 레딩턴은 거물급 범죄잘들의 이름과 거취를 하나씩 알려주게 된다. 그런 범죄자들의 특징이라면 선량한 사람들에게 직접 해를 끼치거나 잔인하고 잔혹하다는 것이다. 인신매매범, 폭탄테러범 등등. 물론 자주 살인도 저지르는 레딩턴은 얼마나 더 나으냐 물어야 겠지만 레딩턴은 늘 '사업가'처럼 나온다. 그는 자신의 제국을 Elizabeth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어둠의 세계로 그녀를 이끌 생각은 없었지만 일이 틀어지면서 차라리 왕국을 물려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 터무니 없지만 Elizabeth는 죽임을 당하고 레딩턴은 실의에 빠진다. 그나마 위안이 된 점은 Elizabeth의 딸은 살아 남았다는 점. Elizabeth는 친모에 대한 비밀을 찾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레딩턴을 배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딩턴가 끊을 수 없는 유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Elizabeth가 죽고 나서부터는 레딩턴은 천천히 주위를 정리해 간다. 왕국을 무너뜨리고 가야 할 곳으로 간다. 죽음.

레딩턴의 매력

오로지 레딩턴의 매력으로 이 시리즈는 유지된다. 그의 중절모, 현학적인 말투, 신사다운 매너. 눈도 깜짝 않고 사람에게 총을 쏠 때조차 그에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그가 범죄자를 넘길 때마다 자주 자신의 사업이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FBI 팀원이나 자기가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기도 한다. FBI 전담반은 레딩턴 때문에 합법과 불법 사이를 자주 오가게 되고,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자주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레딩턴은 그런 고민을 할 때마다 더 거대한 악을 없애 가는 게 그나마 최선이라는 듯 전담반을 이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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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ten Tomato 의 평처럼,
그닥 달갑지 않은 인물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능력은 오롯이 James Spader에게 있다. 더 늦기 전에 그가 또 좋은 작품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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