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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내가 사는 진주

진주, 브롬톤 자출 자퇴, 할아버님들, 진주의 속살, 이동의 자유

쉬는 브롬톤


오늘은 퇴근길에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덕오마을 쪽으로 난 자전거길로 조금 더 달렸다. 학교에서 집까지 편도 8킬로미터의 거리는 약간 짧은 것 같다. 한 15킬로면 딱 좋지 않을까? 덕오마을 쪽으로 난 자전거길은 구간은 길지 않지만, 나무데크가 굉장히 잘 정비되어 있다. 충무공동-가좌동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도 데크로 자전거 및 보행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와는 다르다. 덕오마을로 향하는 자전거길을 타면 마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듯 부드럽다.

이 길을 달리면, 진주의 숨겨진 모습을 보게 된다. 작은 도시이지만, 시내 근처로는 사람이 많고 아주 높지는 않지만 건물들이 많다. 하지만, 이쪽으로 접어들면 건물들에서 눈을 뗄 수가 있다. 그저 흐르는 강과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마치 섬 주위를 도는 자전거길 같은 느낌이다. 잠시 물구경하며 쉬고 있는 데, 어르신들 무리가 옆에 오셨다. 그리고는 하이고, 자전거 신기하네. 별의별 자전거가 다 있다 그죠? 이기.. 이래 접히는 갑네..

혼자 조용히 쉬는 것도 좋았지만, 관심을 많이 보이시길래 브롬톤을 한번 펴보이며, 어떻게 접히는 지 설명을 해드렸다. 비싸기는 하지만, 출퇴근도 하고 있어서 본전 뽑고 있다고. 접을 수 있어서 버스든 기차든 어디에든 실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할아버지들은 맞장구를 치신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할아버지들은 가던 길로 가셨다. 네 분의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오래 자전거를 타야지. 나이들어 친구같은 사람과 저렇게 느긋하게 타야지 생각했다.


할아버지들의 뒷모습


자전거는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준다. 기다릴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다. 속도는 느리지만, 도심내 버스 주행 속도가 평균 25킬로 미터인 것을 생각하면, 그 반쯤의 속도로 달린다고 해도 그렇게 느린 것도 아니다. 이동의 거리를 줄이고 대신 자전거를 탄다면 버스나 택시나 자가용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할아버지들은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


와룡지구

진주의 속살은 이런 모습이다. 도심만 다니면, 차만 타고 다니면 이 모습을 절대 볼 수가 없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하늘에는 무거운 구름이 가득해서 독특한 풍경을 자아냈다. 숲은 한층 콘트라스트가 높아진 빛이다. 그래서 그런지 숲을 응시하고 있으니 마음이 더욱 차분해졌다. 밝고 맑은 게 좋은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어둡고 흐린 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오늘은 흐린 하늘에 먹구름이라 되려 좋았다.

내일도 자전거 타고 출퇴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