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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중요한 기미

Photo by <a href="https://unsplash.com/@bosqini?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tent=creditCopyText">Andrea Boschini</a> on <a href="https://unsplash.com/s/photos/neck?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tent=creditCopyText">Unsplash</a>



오른쪽 목 뒤에 불편함이 계속 있었는데 버스종점처럼 나는 하루를 보내다 몇 번이고 목 뒤의 불편함으로 돌아온다. 일을 하다 보면 기억을 못하다가 혹은 인식을 못한다. 약간 마음을 놓거나 여유가 생기면, 목이 아직도 불편하군 생각한다.

이건 명상과 같지 않나. 명상에서의 가장 기본은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하다가 생각이 호흡에서 멀어지면, 다시 호흡으로 자기의 마음을 돌리라고 한다. 다시 돌아올 대상이 되다는 점에서 호흡이나 통증이나 기준이 되는 순간 중요해진다.

통증이 있으니까 그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손끝을 다치기 전까지는 그 손끝이 하는 역할을 모르고 있는 나.
통증은 마치 숨바꼭질에 뛰어난 깍두기. 잘 숨어 있다가 잊을 만하면 짜잔 나타나서 가려던 사람들을 붙잡는다.


손이 시려서 손을 돌보게 되고, 목이 아파서 몸을 돌보게 된다.

한 집단 안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아무 일 없는 줄 알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발악을 하는 사람. 모든 문제가 흘러들어가는 냄새나는 시궁창처럼, 더러워지고 시끄러워질 때에야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반드시 어떤 사람이진 않아도 된다. 사건일 수도 있고, 소문일 수도 있다. 아무 일 없는 듯, 아무렇지 않은 듯 넘어갈 수 없도록 나의 주의를 끄는 것. 낌새, 기미. 알아차려야 마땅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드시 알아차려야 할 것들은 또 무엇일까. 나의 안정과 원칙과 집중을 유지하면서도, 나와 내 주위의 불편함을 인식해야 할 때는 언제일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지표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가재는 1급수에만 산다니, 가재가 없으면 1급수가 아니다. 내 삶이 별 일 없이 흘러가고 있을 때, 관찰되는 현상들은 무엇일까. 40년 넘게 내 몸과 살았는데도, 내 삶은 오롯이 내 통제에 있지 못할 뿐더러, 통제력이 더 느는 것 같지도 않다.

삶 전반에 대해 통제하려 할수록, 우연의 확연함에 장악되는 것 같다. 최근 종교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이런 내 느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