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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주말에는 원래 일하는 거래요

주말에도 일을 가지고 왔다. 뭐 다들 주말에도 일을 하는 건가 싶다. 교사가 되고 나서 주말에 전혀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여전히 수업 준비는 주로 주말에 한다. 이번 주에는 갑자기 계획서를 써야 할 게 있어서 그 일을 가지고 왔다. 예전에는 연구학교, 선도학교로 사업이 좀 단순했지 않았나 싶다. 학교는 다양한 사업을 따내야 더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수 기준으로 나온 돈 만으로 살림을 꾸려야 한다. 뭔가 계획서를 써야 한다니 마음의 부담이 되는 나는 아직도 아기 부장이다. 그래서 어제는 힘을 내려고 고기를 사 왔다.

힘내려고 고기

내가 비건에 대한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알게 되면 고기 먹기가 어려워 지거나 힘들어질 것 같아서다. 비겁한 인간이다. 더 알게 되고 더 공감하게 되면, 삶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부분에서는 이해도 타협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아무튼 일을 안고 퇴근하는 길, "힘내려면 고기지"라며 고기 두 팩을 집어 들었다. 살치살과 부챗살. 고기를 넣었더니 장바구니가 비싸졌다. 부챗살은 아이들용, 나는 집으로 와서 고기를 바로 구웠다. 막걸리 한 병보다 비싼 '유산균 키우는 막걸리'를 마시는데, 그냥 막걸리보다 별로였다. 고기를 먹고 막걸리를 마시는데, 취기는 없다. 힘이 나기는 할까. 아내가 요청해서 내가 끓여둔 김치찌개를 국그릇에 퍼고, 거기에 밥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마스크 넘어 목소리를 보내려고 애쓰느라 칼칼해진 목이 좀 나아진 느낌이다. 뜨거운 음식은 목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이 좋다. 그런데도 뜨거운 찌개를 목 뒤로 넘기며 무언가 해소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담임이어도 참 바빴는데, 업무부장을 하면서 바쁜 건 또 종류가 다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야자감독 때문에 남을 일은 없어졌지만, 정시에 퇴근은 불가능하다. 올해에는 학교에서 수업 준비를 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 예열이 필요한 사람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려면 통으로 2시간은 필요한데, 그런 상황이 안된다.

오늘 아침에는 확진되었다는 선생님의 전화에 깼고, 아들과 자전거 타고 서점으로 가려는 길에, 확진되었다는 두 선생님의 전화를 또 받았다. 월요일 시간표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시간표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일에 무관심할 수가 없다.


나는 워라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승진에 도움이 되지만,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은 거의 해본 적이 없고, 이런저런 우연 때문에 시작했다고 해도 금방 그만뒀다. 그저 가족들과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가족과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항상* 보내기 때문이 아니다. 가족들과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내가 되어서 그렇다. 그러니 그 시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제때 퇴근하고, 주말에는 쉬고 싶다. 일이 싫지는 않은 데 이렇다. 

늦게 퇴근하는 게 싫어서, 월요일부터는 좀 더 일찍 출근해 볼까 생각 중이다. 학교 당직근무하시는 분은 몇 시에 학교 출입구를 여실까? 월요일에 만나거든 여쭤봐야지. 한 7시에 학교에 도착하면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 1시간 30분은 확보할 수 있다. 8시면 여러 선생님들이 출근하기 시작하니, 그전에 적어도 한 시간 가까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제때 퇴근해야지. 좋은 생각인데, 정말 좋은 건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