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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모이고 싶어 모인 수행평가 사례 나눔

수행평가 사례 나눔

학교에서 일을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다. 나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은 질색이다. 그러니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수업 준비를 할 때에도 도구를 바꾸어 가며 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다. 도구가 낯설어지면, 과제는 재미있어 진다.

작년 같은 학년을 하면서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여서 수업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들과 지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이야기했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수행평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 선생님들도 좋다고 해서, 일을 조금 크게 벌였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도 와서 들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내 메신저로 선생님들에게 알렸다. "수행평가 사례 나눔을 하고자 합니다. 오시고 싶은 분 신청해주세요. 얼마나 오시느냐에 따라서 장소도 정할 예정입니다." 원래 모임을 하던 4명 말고도 10분이 넘는 선생님들이 신청해주셨다. 내일은 대선이라 학교를 쉬는 날이니, 화요일인 오늘 8교시가 제일 좋았다. 남아있고 싶지 않은 8교시지만, 수요일이 쉬는 날이니 마음에 여유가 있는 날이다.

영어전용실을 정리하고, 책상과 의자를 준비하고, 다른 부서에서 돈을 끌어와서 간식도 조금 사뒀다. 행복연구부장님은 짧은 시간에 플로터로 포스터도 간단히 만들어 오셨다. 도와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힘들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나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멋지다" 책을 가지고 올라갔다. 우리가 평소 그다지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가진 '멋짐'을 찾아낸 작가의 글을 한 편 읽었다. 내가 읽은 부분은 "인사, 멋지다." 내가 보기에 여전히 선생님들은 고립되어 있고, 고립되기 쉽다. 다른 선생님들과 소통하고 싶지만, 그게 늘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힘들도 피곤하기만 할 때도 많다. 책 속에 나오는 것처럼, 툭 어깨를 건드린 일 때문에 친해진 두 아이처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누구나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발표는 어렵지 않았다. 여러 선생님들을 보며 같이 사례를 나누고자 한 선생님들이 좀 놀라고 부담을 가지기는 하셨지만, 모두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사례를 들으러 오신 분의 이야기도 듣고, 평가와 관련해서 지침을 잘 적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교감 선생님에게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자율적인 모임을 일과 시간 중에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할까? 어쩌면, 점심시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저 재미로 모이는 모임이 많아지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