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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자랑스러운 친구를 만난 날을 떠올리며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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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과 샛길 복작이는 문화 담았어요 - 경남도민일보

지역민의 힘으로 만든 \'진주 마을여행 지도\'가 나왔다. 나룻배를 타고 남강을 건너던 시절 \'배건네\'라고 불렸던 망경동과 강남동, 칠암동을 묶은 진주 마을여행 지도 첫 번째 강남편이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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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동. 이제는 제법 나에게 울림이 있는 동네 이름이다. 진주. 이제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다. 오랜만에 태곤 씨와 정희 씨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 이렇게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나는 많은 모임을 중지한 상태다. 그리고 거기서 만나야 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코로나와 1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 코로나를 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태곤 씨가 정희 씨와 그 외 망경동을 찾는 여러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지도로 만들었다. 아마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도를 만들고 싶다고 한 것 같은데, 어쨌든 한 걸음 해냈다. 태곤 씨는 지도를 만든 게 아니라, 정말 망경동을 만들어 냈다. 태곤 씨를 만난 그 순간은 내가 참 잘한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늘 태곤 씨와 나를 챙겨주는 경원 씨는 농사만 짓는 게 아니고, 농사도 짓는다.

나는 사람의 DNA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 자기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자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부모세대로부터 그런 사람들을 더 잘 찾아내는 재능을 이어받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주 뛰어난' (동료) 발견꾼은 아니지만, 나와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찾는데 약간의 재주는 있지 않는가 싶다. 이때, 나만 알아본다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도 나를 알아봐야 한다. 우리가 '필연'같은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운명'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오랜 진화와 유전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찾아냈고, 조금은 확장되었다. 내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었다고 하지만, 아이디어는 유창할 수 있지만 휘발한다. 아이디어가 형태를 띄기 위해서는 실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같이 해준 사람들, 내 아이디어와는 별게로 더 많은 실천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도 많은 덕을 봤다. 

우리는 모여서 와인을 배우고 마시고, 커피를 배우고 마시고, 같이 노래를 부르고, 같이 한 해를 마감했다. 우리는 같이 그림을 그리고, 같이 글씨를 쓰고, 같이 게임을 하고, 같이 음식을 나눴다. 우리는 서로의 선물을 준비하고,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새벽이 되어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는 했다. 사람이 친해지려는 시간을 보내야 하고, 우리는 차곡차곡 시간을 쌓았다. 

마을은 공간에 생기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마을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공간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사람이 공간에 모이면 마을이 된다. 마을을 재생한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재생이라는 말을 쓰는 걸 보면, '분명 예전에는 살아 있던 것'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예전의 '마을'을 그대로 다시 살릴 수가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새로운 마을이 생기고, 모두들 그런 마을에 적응해 나가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4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마을의 재생을 위해 힘을 쏟을 생각은 없다. 내 마음 맞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과 즐겁게 할 만한 일을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