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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일을 떠나는 퇴근

커피잔과 소서

하루 종일 일을 한 것 같은데, 반드시 끝냈어야 하는 일은 끝내지 못한 것 같다.
그러고 나서 퇴근 하는 길은 뒤가 찜찜하다.
커피잔을 새로 샀다. 일 하는 책상에 앉아서 그런가, 예쁘던 찻잔도 후져 보인다.
그래도 하루에 커피 두 잔을 내려 마시며, 여유를 한껏 부린다.
하루에 한 번은 일부러 밖으로 나가서 학교 건물을 한 바퀴 걷는다.
마치 섬전체가 교도소인 감옥에서 단 한 번 운동을 허가받은 독방죄수처럼,
하늘 높이 뜬 햇볕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딱 한번이다.

하늘 강 옹이

그래도 집으로 오는 길,
내 몸에 내 털처럼 달라붙은 일을 떼어 낼 수 있는 시간이다.
페달질을 하다 보면, 붙어있는 일들을 떼어낼 수 있는 것 같고,
따라오는 일을 제쳐낼 수 있을 것 같다.

일터에서 집까지
빠르게 움직여서 거리를 만들어 낸다.
이제는 약간 땀이 나고,
집에 닿으면,
일터에서 아주 멀리 달려온 것 같다.

달린다고 생각하면, 달리기보다 자전거를 타는 게 더 달리는 게 맞다.
두 발로 뛰는 것보다, 페달질을 더 많이 한다.
자전거는 케이던스니까

하늘은 햇볕도 보여주고,
남강을 예쁜 옹이처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조금 퇴근이 늦으면 석양을 물들여 황금빛 그물을 남강에 띄운다.
다 좋다.

오늘 다 못한 일은 내일 하자, 하는 마음이 되어서
일단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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