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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유튜버라는 정체성

이렇게 제목을 쓰고 나니 이상하다. 하지만, 정체성이란 가지고 세상에 나오는 게 아니라, 이뤄가고 끝까지 이뤄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제목이 된 듯하기도 하다. 오늘 하나의 영상을 채널에 올렸다. 지난주에 하나를 올렸고, 아직까지의 계획은 일주일에 하나의 영상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그 계획을 수행하기가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아마도 유튜브가 생기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유튜브를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초임시절에 영상을 올린 적이 있으니 제법 오랜 유튜버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에서 어떤 기회를 보거나, 어떤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주된 일은 학교에서 일어나며,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도 대개는 학생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아마 10년도 전에 유튜브에 내 수업 영상을 올리고, 학생들이 그 영상을 보고 복습할 수 있도록 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꾸준히 학생들을 위한 수업용 영상은 만들고 있다. 그런 영상을 만드는 데는 큰 품이 들지 않는다. 수업 준비야 늘상 하는 것이고, 아이패드 하나에 이어폰 마이크만 있으면 이제 쉽게 수업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쉽게 만드는 만큼 ‘잘 만드는 것’에서는 좀 동떨어져 있다.)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늘면서 관련한 영상을 올렸는데, 제법 여러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다른 영상과는 다르게 활발하게(?) 질문도 받아보고, 그 영상으로 기회가 닿아서 교사 대상 온라인 연수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유튜브를 통해 여러 정보를 얻는 선생님들에게 내가 뭔가 도움이 될 것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내 옆에 있는 아내에게도 알려줄 게 많다. 내가 아는 건 대개 다른 사람도 다 알지 않겠나 라를 마음으로 살고 있어서, 사람들이 이런 데 무슨 관심이 있겠어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고, 그 관심에 비해서 아직은 충분한 자료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영상을 좀 더 만들어 볼까 생각하는 데에는 1일 1블로그 포스팅이라는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 데서 오는 자신감도 영향이 크다. 여전히 잠들기 직전에야 글을 하나 간신히 쓰는 수준이지만, 이제 곧 365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날을 축하하게 된다. 이제 정말 티브이는 전혀 보지 않고, 최근에는 유튜브를 보는 시간도 줄었다. 나머지 시간은 대개는 우리 집 아이들과 보내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어 공부를 한다. 단단한 습관 하나가 있으면, 또 다른 습관도 쉬이 들러붙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영상의 화려한 썸네일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소개 영상을 찍는 일은 그닥 편집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오늘은 구상하는 데 15분, 녹화하는 데 20분, 컷 편집하는 데 30분 걸렸다. 썸네일 만드는 데도 30분은 걸린 것 같다. 하루에 글 쓰는 시간도 30분 정도는 필요한데, 일주일에 하나의 영상을 올리려면, 대략 하루 10분 넘는 시간은 영상에 쏟아야 한다. 하루 10분씩 일해서 영상을 찍기 힘들 테니, 주중 하루는 1시간 정도 영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 부담이 된다. 가능할까? 무슨 영상을 찍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별로 감이 없다. 일단은 기준을 ‘아내에게 가르쳐 줄 만한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하기의 기술’이라고 잡고 있다. 하나씩 만들다 보면 쌓이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매일 하나의 블로그 글을 쓰고, 일주일에 하나의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물론 더 있기는 하다. 매일 20분 정도 영어 공부(수업 준비와 별게로)를 하고 있으며, 되도록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자출하고 샤워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푸시업을 한다. 집에 오면, 아이들이 먹을 반찬도 한 가지 정도는 준비하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번 새벽 커피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전혀 바쁘지 않은데, 틈이 별로 없다.

하하.

구독자 늘이고, 시청시간 확보해서 돈을 버는 유튜버가 된다..라는 정체성은 없다. 그런 정체성은 어쩌면 퇴직하고 나서나 고민하지 않을까. (물론, 그때까지 유튜브가 있고,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나눠준다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로 영상을 만들고 싶다. 와중에 영상 편집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가게 되겠지. (M1칩 맥북이 필요하다…)

오늘 밤 남은 일은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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