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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우리 딸이 1학년

딸은 들떠 있었다. 학교 가는 날이라서, 진짜 초등학생이 되는 날이라서. 딸에게는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되는 게,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게 이렇게 급작스럽고 한편으로는 간단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놀랍게 생각되는 것 같다. 졸업식을 하게 되니, 이제 다시는 유치원에 들어가서 놀 수가 없고, 입학식을 하게 되면 초등학생이 되어 버린다니. 뭔가 복잡한 자격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다음날 입을 옷을 꺼내놓는데, 어제 딸은 초등학교 체육복을 꺼내놓았다. 손목에도 발목에도 옷이 자기 기준에서는 어중간하게 걸리는 걸 매우 싫어하는 딸은 입학하는 날 옷이 이상해서 늦는 일이 없도록 체육복을 꺼내뒀다. 오늘 아침에 등교시간이 9시라는 것을 알고는 나와 함께 골랐던 블라우스와 조끼를 꺼냈다.

손목이나 발목에 걸려서, 양말이 약간 흘러내려서 느낄 수 있는 작은 불편함을 딸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겨내 오고 있다. 그렇게 자라서 오늘은 불편함 없이 옷을 입는다. 나도 딸처럼, 셔츠에 니트를 입었다. 우리 둘은 신이 나서 학교로 갔다. 교감선생님은 동물옷을 입고 학생들을 맞이하면서 "저, 이벤트 회사에서 온 사람 아닙니다. 교감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입학일

한번 안아주고 갔으면 했는데, 딸은 학교로 쏙 빨려 들어가 버렸다. 나는 잠시 설명하기 힘든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서 생각하다가 돌아섰다. 아이가 자라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내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서 내가 모르는 딸의 삶이 넓고 커진다는 부분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집으로 와서 학교에 정상 출근했다면 해야 할 일을 한다. 1시간 반 정도 일하다가 커피 한 잔 마시려고 보니 11시다. 로봇 청소기에게 청소도 시켰고, 빨래를 돌리고 널었다. 커피는 너무 뜨거워 채 다 마시지 못하고 딸을 데리러 갔다.

하교는 11시 20분부터 1반부터 시작되었는데, 딸이 나올 때쯤이 되어서는 내 목은 거의 다 빠져 있었다. 안경을 쓰지 않았어도 딸을 못 알아볼리 없지만, 내 앞을 가로막고 서는 다른 학부모 때문에 혹시나 딸을 못 알아보게 되는 건 아닌가 조바심이 났다.

그럴 리 없었던 일이 그럴리 없었던 것처럼, 딸이 보이자 나는 축지법을 써서 딸 앞으로 갔고, 딸은 달려와 와락 안기면서 "너무너무 재미있었어. 다 재미있었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담임선생님께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나는 딸의 얼굴을 만지듯 쳐다보았다. "반찬 사러 가자." 자리는 어디냐, 무슨 일이 있었냐, 친구랑 인사는 했냐 나는 계속 질문을 했고, 딸은 대답을 해주기도 하고 안 해주기도 했다.

오후에는 아내가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보고, 학원에 보내고, 준비물을 챙겼다. 조금 늦게 출근한 만큼 조금 늦게 퇴근한 나는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왔다. 1과 5 모양의 초도 사서, 우리는 모여 앉아 "입학 축하합니다"와 "5학년 축하한다." 노래를 부르고 사진으로 남겼다. 딸, 아들 모두 응원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 씩씩하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