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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에어컨을 지키는 남편

딸이 찍은 사진

연일 폭염소식이다. 밤 9시가 되어도 기온이 27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습도는 높아서 창문을 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마치 찜만두가 되어 집 안에 갇힌 것처럼 익어간다. 우리 집에서는 대개 4시 정도가 되면 에어컨을 켠다. 물론 그건 내가 집에 없을 때다. 아내는 더위를 잘 참고, 덩달아 아이들도 참는 편이다. 4시가 되면 방학을 맞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딸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났으니 이제 땀을 흘리면 안될 일. 그래서 에어컨을 켠다. 에어켠을 켜고 나는 선풍기를 적절하게 배치한다. 그리고 각 방으로 에어컨 바람이 가도록 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밤새 켤 수는 없다. 깨끗하게 청소한 에어컨이지만 왜 그럴까, 하루 종일 에어컨을 쐬고 나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잠이 들기 전에는 대개 에어컨을 끄고 잔다. 우리집 에어컨 온도는 27도로 맞춰져 있다. 선풍기도 같이 켜서 집 구석구석까지 온도의 평준화가 일어날 수도 있도록 한다. 그리고 날씨앱으로 외부 온도를 확인한다. 26도까지만 떨어지면 에어컨을 끄고 온 창문을 연다. 사람의 체온은 잠이 들면 떨어진다. 그러니 일단 잠이 들고 나면 ‘매우 시원하지 않아도’ 잠을 잘 수 있다. 선풍기는 밤새 켜두는 데, 에어컨을 끄고 나서는 선풍기 바람도 좀 줄인다. 너무 바람을 맞다가는 선풍기 바람에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고 나면 나는 찬물을 온 몸에 한번 끼얹고 내 발 쪽으로 선풍기를 조준하고 잠이 든다. 그런데 요즘에는 11시가 되어도 26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밤이 며칠 째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결국 나도 늦게 잠들게 되었다. 평소보다 늦게 잠들어도 일어나는 시간은 같다. 스멀스멀 나는 피곤을 느끼기 시작한다. 피곤을 줄이는 방법은 자는 것 뿐이라, 낮에도 졸립기 시작한다.

어제는 그래서 놀아달라는 딸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낮에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집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잠시 깨고는 한다. 딸은 적어도 30분 이상 내 옆에서 나를 깨운다. 내가 잠들지 못하도록 말린다. 나는 ‘10분만’ 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끝끝내 잠든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2시간이 흘렀다. 마치 침대 속으로 잠수를 하듯 나는 자면서도 ‘더 자고 싶다’ 생각했다. 깨어 나서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앉아있었다. 아내에게 가서 ‘내가 왜 낮잠을 자는 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어제는 글을 쓰느라, 영어 공부를 하느라 취침시간이 좀 늦어졌지만, 에어컨은 꺼짐 예약을 해두고, 창문은 열지 못하고 잠들었다. 무슨 성문을 지키는 수호대도 아닌데, 매일 밤 여름과 대치하고 있다. 여름아, 조금만 시원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