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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

선생님도 학교를 졸업한다

오늘로 이 학교에서의 근무는 마지막이다. 내일 새로운 학교에 가서 인사를 하면서 사실상 새로운 학교에서의 근무가 시작된다. 새학기의 시작이 3월이라고 하더라도. 코로나 때문에 회식 같은 것은 없지만, 오랜만에 교무실에 선생님들이 모였다. 개인 사정상 오지 못하신 분들은 빼면,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모였다.

“자, 이임하시는 선생님들 여기 앞으로 나와서 서주세요. 일단 우리 학교에서 자리 옮기시는 분들이 어디로 가는 지 다 일단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면 선생님들이 각자 인사 부탁드려요.”

교감선생님의 말씀에 마음 속으로 무슨 말을 하나 생각하기 시작한다. 수업 내내 혼자서도 잘 떠드는 나지만, 이런 ‘발표’ 시간은 늘 부담이 된다. 모두가 나만 쳐다보고 있는데, 차분히 이야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로 수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너무 잘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
대개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학교에서, 동료의 도움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그간 어떤 도움을 받았든 감사하게 된다. 나도 같은 말을 했다.

“학교에 근무하면서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들을 계속 맞이하게 됩니다. 교실에 들어올 학생을 선택할 수 없고, 누가 내 동료가 될 지 선택할 수도 업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에 근무하면서, 훌륭한 동료를 만난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좋은 자리에서 다시 뵙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학교로 와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마스크 사이로 목소리를 내면서도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썼다.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를 기대하며 한 마디 한 마디를 꼭꼭 눌러 말한다. 인사가 끝나고, 우리 학교에서는 밥차를 불렀다. 학교 급식소에서 밥차로 배달된 밥과 반찬을 먹었다. 이야기도 못하며 앞만 보고 밥을 먹어야 하면 그 한끼가 무슨 소용이 있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송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눈 마주친 선생님들에게 인사할 수 있었다.

‘내년에 뭐하세요?’
‘수고 많으시겠어요.’
‘한 해 참 감사했습니다.’
‘너무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마세요.’

덕담이랄까 응원이랄까.... 아쉬움을 담아 인사를 전한다. 그간 어떤 사이였든 급히 친해지고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첫인상만 중요한 게 아니다. 끝인사도 중요하다.

학생들은 3년이면 학교를 졸업한다. 매일 등교하며 보는 등하굣길을 제일 잘 기억하고, 하루를 살다시피한 교실을 그리워 한다. 특히 우리 학교는 건물 뿐만 아니라 조경이 아름다워서 졸업한 학생들이 종종 학교를 찾아 온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6년의 시간을 보냈다. 2년은 휴직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오간 날도 있으니까. 그리고 4년을 매일 같이 출근했다. 학생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학교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나는 6년만에 이 학교를 졸업한다. *

이 학교를 그리워 하게 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 여러 곳을 공사하고 있어서 지금은 지저분하지만 나는 곧 꽃을 피울 목련을 생각했다. 천리향, 백리향, 겹동백, 모과도 생각했다. 운동장으로 가면 길게 머리를 늘어뜨리는 나무들이 있어 나무가 바람에 날리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아주 좋다. 겨울이나 황량하지만 그 소리를 상상한다. 내 신발을 넣어두던 신발장을 다시 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중앙현관을 다시 밟는다.

고마워요.
다시 올께요.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