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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생각하는 건 쉽다, 하지만.

#글쓰기 #공부

옵시디언

생각이 없으면 글도 없다. 그렇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어야 글로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쓰는 중에 새로운 생각을 접하게 된다. 우리는 머리로만 생각할 수 없다. 메모지를 들고 생각하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하거나 낙서를 하면서 생각한다. 생각은 머리 속에 있다기 보다는 머리와 머리가 아닌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은 대개 선형적이지도 않다. 시간의 순서로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원인과 결과로 떨어르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낄 만큼 순식간에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가기도 한다. 하나의 생각에 몰입하려면 고집이 필요하고, 생각을 묶어둘 공간이 필요하다. 명상을 할 때 늘 호흡으로 돌아오라 하는 것처럼, 생각 정연하게 하려면 늘 기록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쉽다면 우리는 아마 더 쉽게 많은 발전을 성취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생각이나 거대하거나 위대한 생각을 한 사람은 적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뒤를 따르는 일이다. 거기에 닿을 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생각하고 글로 쓴다.

무엇으로 생각을 시작하든 금방 벽에 부딪힌다. 내가 모르는 것 때문에 막힐 수도 있고, 내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전제하고 있어서 막힐 수도 있다. '영어는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고 하자. 쉽게 결론에 이르렀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정말 처음부터 생각한 게 맞는가? 나는 자주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생각을 거기에 맞춰 나가려고 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질문에 포함된 모든 단어를 먼저 정의하고, 거기에 근거를 대고 답을 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당연히 같은 말은 모두 뺄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우리의 생각은 찾기 어렵다.

우리는 마치 스폰지처럼, 주위의 의견, 보고 들은 것들을 내가 생각해낸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학교에는 당연히 가야 하고, 나이가 차면 결혼해야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고, 돈을 모아 얼른 집을 사야 하고, 노후를 대비해야 하고 등등.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에 대해 쓸 내용도 없다.

그러니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것, 나를 화나게 했던 것,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 쓸 수 있으면 좋다. 먼저 그런 것들에 대해 쓰다보면, 남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발견하게 된다.

생각하는 일은 쉬운가? 쉽다. 하지만, 정연하게 생각하기는 쉬운가? 아니다. 편견없이 생각하기는 쉬운가? 아니다. 고로 글을 쓰는 일도 쉽지 않고, 정연하게 글을 쓰는 일은 더 쉽지 않고, 편견없이 글쓰기는 더 쉽지 않다. 그러니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