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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방학을 기다림

선물

끼니때가 다가오면 배가 더 고파지는 것처럼, 방학을 앞두고 나면 더 격렬하게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는 공문으로 교원이 수업일 중 휴가를 쓰는 것을 귀찮아지게 만들어 뒀다. 딱히 더 대접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필요한 경우에 쓸 수 있을 휴가를 그렇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불만불만.

올해에는 익숙치 않은 일을 배우며 하느라,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과일을 먹다가 너무 크게 베어 물어 목에 턱 걸린 것처럼,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다. 공을 들여 수업을 준비하고, 그 수업으로 학생들과 더 친해지고, 학생들의 성장을 보는 것이 나에게 참 의미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올해에는 더 깊이 깨닫고 있다. 나를 갈아서라도 학교 일에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나 싶지만, 학교에만 몰입한다고 학교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내 가족과 가정을 돌보는 일도 내게는 아주 중요하다.

그래도 선생님들과 인사하며, 더 연결하려고 애썼던 만큼, 선생님들이 내가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일들을 많이 해주신다. 그리고 되려 내게 감사의 인사를 하시기도 한다. 그에 나는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한 학기가 남았고, 남은 사업비 만큼이나 해야 할 사업이 많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자꾸 의심이 된다. 나는 불안을 느끼며, 내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잘 하고 잘 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며, 거칠게 호흡하고, 자전거에서 내려 숨을 고르면서 부대끼는 나의 마음을 쳐다본다.

내가 모두 잘 할 필요는 없지만, 나와 다른 선생님들 덕분에 거의 모든 일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해야 할 일은 할 일 목록으로 차곡차곡 쌓아놓고, 나락을 베어 가듯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일에 대한 불안은 일을 해나감으로써 줄일 수 있다. 다가오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은 계획된 일정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그걸 알고 있는 나는 조금은 덜 불안해 해도 되지 않을까. 주변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고, 내 주변에서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더 적극적으로 돕는 게, 더 쉽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내일의 할 일 목록을 채운다만, 방학이 되기 전까지는 약간 여유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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