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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매일 글을 씁니다

작년 11월 25일부터 매일 적어도 하나의 글을 씁니다. 정말 '글'일 때도 있고, 간단히 정보를 전달하는 블로그 포스트일 때도 있습니다. 어쨌든 매일 하나의 글은 씁니다. 정보 전달의 성격이 강하면 브런치에는 올리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브런치에도 올리고 이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글을 쓰지만, 대개는 일상과 관련된 에세이인만큼, 제가 생활하는 공간/맥락에 대한 글일 때가 많습니다. 집이나 가정과 관련해서, 일터와 관련해서, 제3의 공간과 관련해서. 애초 목표는 100일 동안 쉬지 않고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셀 수 없는 날동안 매일 하나의 글을 쓰자로 말입니다.

글을 하루에 하나씩 쓰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라는 대표적인 SNS를 그만 두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사진 하나에 몇 줄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마치 글을 쓰는 것' 같고,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에 참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열린 공간이 아니고, 이제는 그들은 나의 콘텐츠에도 관심이 없을 뿐더러, 나를 그 서비스에 오래 붙잡아 놓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그들의 수입이 됩니다. 페이스북에든 인스타그램에든 올리던 사진과 글을 모두 블로그에 모았다면, 그게 모두 재산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페이스북을 백업 받아두었으니, 시간을 내어 예전에 올렸던 글도 블로그에 다시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글은 보통 딸을 재우고 나서 씁니다. 딸이 잠들기 전까지 딸 옆에 앉아서 전자책기기로 책을 읽습니다. 요즘 아들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열심히 읽고 있어서 저도 읽어두면 좋을 것 같아서 영어로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읽으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는데,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해리포터를 읽고 아들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은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일과는 다릅니다. 같은 책을 공유한다는 것은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는 것이죠. 한 권에 책을 두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서로 다른 점보다는 서로 비슷한 점을 발견하기 쉬울 겁니다. 딸이 잠들고 나면 거실로 나옵니다. 불을 모두 켜도 되지만, 주방에 있는 작은 등을 켭니다.

어두운 가운데, 작은 불빛이 작은 부분만 밝혀주는 게 왠지 위안이 됩니다. 사방이 너무 밝으면 내 눈이 이곳저곳 닿아서 마음도 여러 갈래로 흐트러 집니다. 글을 쓰기에는 새벽도 좋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갖기는 어렵고, 새벽에 일어나 '맑은 정신'이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서 아직은 밤에 씁니다. 매일 해야 하는 일 중 절대 빼먹지 않아야 하는 일이 '글쓰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밤까지 미루고 있는 것 같아서 딸을 재울 때쯤이 되면 마음이 좀 조급해 집니다.

글 쓰는 일이 힘들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도구를 가다듬습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쓰는 게 편해서 블로그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한 장 붙여 넣었습니다. 티스토리가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도 한번 합니다. 그리고 모두 선택하고 복사하기를 누르고 브런치를 열고 새글쓰기를 누르고 빈 공간에 붙여 넣기를 합니다. 티스토리의 편집모드에서 복사한 이미지와 글은 브런치에 그대로 들어가더군요. 그리고 나면 블로그 글을 발행하고, 브런치 글도 발행합니다. 티스토리에서는 '임시저장'도 있어서 일단 쓰다가 나중에 다시 쓰는 것도 가능하기는 합니다.

며칠 전부터는 방법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글로 쓴 자료나 해야 할 일의 목록, 갖가지 개인적인 프로젝트들을 노션에 기록하고 있는데, 글쓰기로 도구로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나 노션의 페이지를 티스토리로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노션을 블로그 글 쓰기의 도구로 만들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그 중 제일 간단한 것이 Notion2Tistory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일단 노션에서 글을 쓰고 나면 노션을 html 형식의 파일로 다운 받고, 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티스토리에 바로 업로드 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장점은 노션이 모든 글의 시작점이 되고, 내가 쓴 글이 무엇인지도 기록으로 남길 수가 있습니다. 티스토리는 '발행'의 공간이 되므로, 노션에는 발행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글을 쌓아둘 수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들을 어차피 정리해두던 터라, 짧은 글도 일단 기록해둘 수 있어서 좋습니다. 블로그에 발행까지 하지 않더라도 일단 발행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블로그에 필요한 사진을 '다운'받고, '첨부'하는 과정도 아주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은 폴더에서 끌어서 노션 글에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예전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때에는 자전거 출퇴근 하는 횟수를 늘이기 위해서, 그 전날 미리 입을 옷을 골라두고 가방도 싸뒀습니다. 갈아입을 옷이나 여벌의 속옷은 학교에 두기도 했습니다. 춥거나 더울 때, 배고플 때도 대비했습니다. 그렇게 대비해두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지 않을 이유'를 없애는 데 일단 집중했습니다. 그랬더니, '어쩔 수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계속하게 되더군요.

글을 안 쓸 이유는 많고, 글을 못 쓸 이유는 더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못하게 막는 요인'을 없애나가는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자주 더 좋은 '키보드'를 알아보기도 하고, 더 빠른 '노트북'에 눈독을 들이기도 합니다. 쓰지 않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면, 분명 더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생각이요? 생각 따위는 일단 한 문장을 쓰면서 시작해도 됩니다. 어차피 쓸 내용은 모두 생각한 다음 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글로 옮기다가 생각하게 되니까요. 모든 글을 퇴고까지 하면 좋겠지만, 일단 쓰는 연습을 하면, 연습한 만큼 나아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의 글쓰기를 막는 요인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