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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매일 글쓰기를 위한 매일 일기쓰기

매일 쓰려면 어떡해 해야 하나. 어떻게든 블로그에 글을 하나씩 올리고 있지만, 고민이 많다. 하루라도 멈추면, 이틀, 삼 일도 멈추게 될까봐 하루도 안 놓치고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전 가슴통증이 있어서 일찍 잠자리에 든 날에도 11시 45분에 깨어서,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에 몇 문장이라도 남기고 잠들었다.

로디아 다이어리

잘 쓰기 위해서는 매일 써야 하고, 더 날카롭게 관찰하고 더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 방법도 생각 중이다. 1월 1일부터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고, 1월 12일부터는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최근에 하루 거른 건 위에서 말한대로 가슴통증이 있었던 날 뿐이다.

8시, 늦어도 8시 30분이 되면 일기장을 펼친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그냥 쓰기 시작한다. 일기장이니 아무런 걱정없이 쓴다. 생각이 끊어지는 곳에서는 그냥 멈추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시 기억해볼 수 있어서 좋다. 어차피 잊어질 기억이지만, 마치 하루를 복습하면서 두 번 사는 기분이다. 집중해서 공부하고도 복습하지 않으면 잊는다. 대충 관찰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 하루는 복기해보지 않으면 더 쉽게 잊혀진다.

일기를 쓰고 나면 바로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다. 일기를 매일 쓰고부터는 일기를 쓰다가 블로그 글감을 생각하는 때가 많다. 더 긴 시간 공을 들여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도 있지만, 우선 나의 생활에 대해서 쓰는 일상을 멈출 수는 없다. 일상의 소재가 대개 블로그 글이 되고, 일기는 좋은 시작점이 된다. 마치 오늘처럼.

매일 일기를 쓰다보니 만년필 잉크도 금방 소진된다. 만년필마다 느낌이 달라서 매일 바꿔가며 쓴다. 글이 좀 날린다 싶으면, 좀 더 서걱서걱한 만년필을 꺼내어 속도를 조절한다.

오늘 읽은 책 아마존처럼 회의하라에서 글쓰기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존에서는 기획서나 평가서 등을 글로 써내는데, 1페이지로 쓰거나 6페이지로 쓴다. 도표나 첨부파일은 페이지 수에서 제외시키기 때문에, 짧은 글은 1페이지에서 끝나고, 큰 프로젝트에 대한 글도 6페이지 안에 끝낸다고 한다. 그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완성된 문장 쓰기다. 아마존은 파워포인트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파워포인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불릿과 명사구로 쓰여진 텍스트다.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회의 자료를 텍스트로 작성할 때에도 주어 동사를 갖추지 않고 쓰는 개조식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글의 경우, 이러한 경우 자료를 받아 읽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그만큼 오해의 가능성이 크다. 개조식으로 작성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고, 그 발표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일기를 쓰게 되면,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문장으로 쓰게 된다. 주어와 그에 해당하는 서술어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가 된다. 길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간결 해진다. 짧게 쓰다 보면, 내 논리의 비약도 잡아내기 쉽다. (그렇다고 내 일기가 논리적으로 무결하지는 않다. 일기란 울끈불끈 감정이 앞서는 때도 있기 때문에) 일기에서 한번 감정을 흘려내고 나면, 블로그 글을 쓸 때는 한 사건에 대해서 한 걸음 물어날 수 있게 된다.

글을 쓰고 싶으면, 일기를 쓴다. 그렇다면,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일기를 써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