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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딸의 유치원 졸업과 두 번의 눈물

고마워요 포커 선생님

mr. falker

"Stop! Are all of you so perfect that you can look at another person and find fault with her?"

"모두 그만둬! 너희 모두 정말 너무나 완벽하니? 다른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흠만 찾아낼 만큼? "

아마도 트위터에서 소개받은 책이 아닐까. 저 그림책의 저자를 그림책의 저자로 만들어준 선생님에 대한 그림책이다. 새 학년도가 시작되기에 얼마나 읽기 좋은 책인가. 새 학년도가 되기 전에는 일부러 힘을 줄 수 있는 책을 읽는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새해의 각오도 희망도 체력도 연말이 되면 사그라든다. 마치 계절을 타는 나무처럼, 겨울이 되면 쪼그라든다. 그러니 봄의 시작이라도 창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랑과 체력으로 봄을 맞이해야 한다. 그저 봄이라 가능한 일이다.

오늘이나 내일 나 때문에 어떤 학생의 삶이 완전히 바뀔 일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과정에 내가 조금은 힘을 미치지 않았을까. 사람들의 관심을 질량을 가지고, 그 질량은 중력이 된다.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매력이나 힘. 그 사람의 타인에 대해 가지는 관심만큼이지 않을까. 물론,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려면, 먼저 자신을 잘 돌볼 줄 알아야 하겠지만.

고맙습니다. 담임선생님.

아침부터 당황스럽게도 울컥했다가 딸의 졸업식을 맞이했다. 오후 2시에 졸업식이라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묻지는 않았지만, 왜 2시인가 했다. 딸의 유치원은 원생들의 확진으로 지난주부터 가정학습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과 정리할 게 많을 시간인데, 아이들은 유치원에 갈 수 없었다.

딸은 집에 있는 동안 선생님에게 줄 편지를 쓰고, 졸업식 때 입을 옷을 정했다. 졸업식을 비대면으로 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오늘 선생님의 얼굴을 보며 졸업식을 할 수 있었다.

유치원 졸업식

졸업식이 오후 2시였던 것은, 모든 졸업생을 같은 시간에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급별로 다른 시간에 불러서 여러 번의 졸업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좋은 생각이지만, 여러 번 인사하고 여러 번 손님을 맞아야 하니 선생님들은 더 많이 힘들었겠지. 그리고 부모들도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서 졸업식이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초원 유치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모두들 졸업장을 받고, 멋진 발표상, 바른 마음 상 등등 이름도 이쁜 상도 받았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편지를 읽는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은 편지를 꺼내어 읽기 시작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니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생님 중에 가장 쉽게 잊히는 선생님이 누구일까. 인간의 기억력에는 문제가 있는 만큼 자랄수록 어릴 때를 기억하기 힘들어진다. 그렇게 잊힐 것을 알면서도 유치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 잊혀지지 않으려고 선생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더 쉽게 잊혀질 수 있다는 걸 알고 받아들이는 건 대단한 일이다.

"어느새 여러분들이 초등학교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서... "

에서 선생님의 울음소리가 더 커진 것을 보면, 선생님은 아이들보다 더 먼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 주책맞지만 나도 눈물이 났다. 선생님에게 감사해서 그렇고, 선생님의 아쉬움이 공감되어서도 그랬다. 아이들은 졸업생답게 의젓했다. 우는 아이도 있었다. 딸의 기분은 알 수 없었지만, 물어도 딸은 뭐라 답을 해주지 않았다.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한 때가 나는 언제였을까. 죽음이라는 게 아주 상당한 시간 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말도 비슷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 다시는 볼 수 없을 사람이 생각난다. 오늘은 나만 두 번 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