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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널 위해 안테나를 밝힌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조지 클루니

 

아이와 어른이라는 영화 문법

아이와 어른이 한 장면에 등장하는 영화는 왠지 편안함을 준다. 아이는 꾸밈없는 시선을 제공하고, 어른은 판단하고 결정한다. 단, 아이와 함께이기 때문에 그 판단과 결정은 이타적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이 영화를 골랐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추천할 만한 것 같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영화란 없으니 설명이 필요하다. 

 

작품을 고르기가 작품을 끝까지 보기보다 어렵다

넷플릭스 이용 초기에는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이 시즌만 보고 이제 넷플릭스 끊어야지 하는데, 뜬금없이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 영화일 수도 있고, 드라마일 수도 있고, 다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넷플릭스를 끊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좋은 작품을 찾아다닌다.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늘 감동적이거나 교훈적인 작품을 찾는 것은 아니다. 영상미가 뛰어나거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을 찾는 것도 아니다. 그저 첫 장면이 나를 사로잡고, 끝까지 보게 만드는 작품이면 된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지 않을까. 너무나 무수한 작품이 있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작품이 적다. 하룻밤에도 세네 편의 영화를 고르고 인트로만 보다가 나가고는 한다.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화면을 빨리 감기 해가면서 재미있는 내용이 나올 것 같은지를 가늠해 본다. 분명 안 좋은 버릇이다.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게 힘드니, 그저 누가 '이거 꼭 보세요. 완전 강추'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내 취향과 딱 맞아서 그냥 그 사람 추천을 따르기만 하면 되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내 취향에 일치하는 정도도 믿을 것은 못된다.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을 알지 못하지만, 나와 비슷한 작품을 선택하고, 끝까지 보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서 내가 어떤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고 그걸로 내 행동을 예상하려는 걸 테니까. 내가 완전히 파악되는 것도 기분 나쁠 것 같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너로 정했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 떠서 일단 클릭했다. 주연 배우가 '조지 클루니'다. 이런. 모험을 떠나는 탐험대장이 아니라, 나이 든 과학자다. 흠. 조지 클루니가 벌써 이런 역할을 할 만큼 정말 나이가 든 것인가? 지금 찾아보니 61년생이네. 이제 60세이니 벌써 할아버지 역할을 맡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SF 물을 좋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그래비티', '미션 투 마스', '마션', '인터스텔라'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SF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주를 다룬 블럭버스터급 SF는 적은 것 같다. 같은 우주를 다룬다고 해도 재난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맞는 작품이다. (스포일러 있음) 약간 재난을 언급하기는 한다. 하지만, 초점은 그렇지 않다. 

우주에 대한 영화는 결국 사람 간의 관계를 다룰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에서의 팀워크 라던가,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한 희생, 새로운 문명과의 갈등.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주연인 '조지 클루니'가 평생에 걸쳐 한이 되었을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좋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제발 영화를 보고 읽으시기를. 나는 줄거리를 말하고 싶지 않다.) 해결하지 못한 과거의 문제는 늘 현재의 결정이나 내 행동에 영향을 준다. 오거스틴(조지 클루니 분)은 내내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피난에 나서는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고 천문대에서 죽을 결심을 한다. 매일 밤 기계에 누워 피를 투석해야 한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은 술과 함께 먹는다. 

 

그는 왜 걸어야 하는가?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살아가던 그가 갑자기 힘내어 걷기 시작한다. 더 큰 위성안테나에 닿기 위해 혈액투석기를 짊어지고 겨울의 극지방으로 나선다. 그를 눈폭풍으로 이끈 것은 한 여자 아이와 한 무리의 우주탐험대다. 지구로 귀환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들과의 교신에 성공해야 한다. 오거스틴은 끝끝내 어떻게 삶을 마감했을까.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보여줄 필요도 없다. 오거스틴에게 평생의 숙원이었던 일을 오거스틴은 해결해 낸다. 온 우주가 절망에 빠졌어도 오거스틴은 그 전보다 더 행복해졌을 것이다. 

누구에게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있을까? 

- 누가 추천만 해준다면 무엇이든 보겠다는 분에게

- 애드 아스트라(브래드 피트 주연)나 인터스텔라(매튜 맥커너희, 앤 해서웨이 주연) 둘 중 하나라도 재미있게 본 사람에게

- 우주 SF를 좋아하지만, 지구 침공물이나 재난물은 싫어하는 분에게 

- 조지 클루니를 좋아하는 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