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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학급이야기

깨끗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학급

학생들에게 받은 의견

대개 눈코뜰새 없다고 말하는데, 특히나 고 1담임이 그렇다. 우리학교는 이번주는 학교적응 주간으로 정했다.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좀 여유있게 시간을 구성한다는 게 그 의도인 것 같다. 그리고 학생들은 오늘 하루 온종일 담임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담임은 도 해야 하는데, 학생들과 같이 있기도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한 지 잘 모르겠다. 이런 시간을 구상하려고 했다면, 프로그램 또한 더 열심히 궁리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하루를 잘 보냈다. 아침에 본 학생들과 오후에 본 학생들의 얼굴이 달랐다. 그저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학교에 익숙해졌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 나도 아침에 봤을 때와 학생들을 오후에 봤을 때 기분이 달랐다. 학교 생활을 통한 경험 덕분일 수도 있고,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학생들과 그저 시간을 좀 오래 보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써두고 나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시간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런 계획이 있다면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날 지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을 담임끼리 조직하고 운영하기는 어렵다. 그런 프로그램이 없어도 담임은 바쁘다. 교내 메신저 프로그램에 새로 전입온 나는 등록도 되어 있지 않아서 파일 하나 제대로 주고 받을 수가 없어서 그 갑갑함은 더 했다.

뭐, 개학이란 이런 것이다. 준비를 한다고 해도, 사람이 없던 학교에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지면서 그 복잡도가 증가하고 학교는 끓는 물, 혹은 폭풍치는 파도 같은 모양이 된다. 어디에도 안정이랄까 고요같은 분위기는 없다.

학생들과 자기 소개를 나누고, 학교에서 준비한 장미꽃도 나눠주었다. 기초자료 조사도 했으니 학생을 알아가며, 상담도 하면 된다. 휴대폰 번호도 모두 받았고, 내 전화번호도 가르쳐줬다. 학교 투어를 했으니 이제 대강 학교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 지는 알 것이다. 교과서도 배부 되었고, 입학 발표 당시 나눠줬던 가정통신문도 회수했다. 자리 배치를 일단 다시 했고, 이번주까지는 청소를 어떻게 할지도 정했다. 학생들은 각자의 사물함과 신발장을 정리했다. 학교 투어를 마치고 급식소까지 학생들을 안내해서 갔다. 다 들여보내 놓고 담임들도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식당에 들어가는데, 훈기가 흡 다가왔다. 사람의 온기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몸을 굽히고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이 이뻐 보였다.

1인 1역할을 해볼 생각인데, 우선 학생들에게 우리 반에 있었으면 하는 역할에 대해 물었다. 어떤 학생이 반장이 되는 게 좋을 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라고도 했고, 우리반의 교훈이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학생들도 너무 많은 전달사항과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리에 다 저장되지 않을 것이다.

학급경영 방식에 대해 설명하라는 시간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꽤 오래 고민했는데, 결국에는 몇 가지 키워드를 적어들어가서 이야기했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학급. 일단 깨끗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누군가로 부터 상처 받을까봐 움츠려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느라 주눅들어서는 안된다. 학급의 분위기라는 것을 담임이 혼자 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얻어가고자 하는 것은 같다는 점을 자꾸 상기시켜주면 거기에 동조하지 않을까. 학교에 오는 학생은 편안한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다가 집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공부도 하고 진로 생각도 하는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니 만큼 너무 길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학생들 마음에 잘 가서 닿았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