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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그 보험설계사는 왜 그랬을까?

변액유니버설 종신보험 손보기

Photo by Scott Graham on Unsplash

성인이 되고 살아가면서 큰 돈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차를 살 때 그럴 것이고, 집을 살 때(아니, 전세 정도 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공격적인 투자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적게 내고 오래 낸다는 측면에서 보자는 보험료도 그렇다. 차량 보험은 매년 갱신해야 하니, 그때마다 더 좋은(?) 상품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당시)ING생명의 파워변액유니버설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시간이 벌써 제법 지나버렸다. 가입 당시 들었던 설명이 어떠했는 지 기억도 안 나는 때가 되었다. 되돌아 보면, 그때 제대로 이 보험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했나 싶기도 하다. 보험설계를 담당했던 그 사람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험을 판매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보험업이라는 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는 지 잘 모르겠다. 그저 병원 갈 일이 있을 때에나 내가 가입한 보험이 이번 일을 처리해 주나 생각해 보는 게 보통 사람들의 모습 아닐까. 그러지 않아야 하나는데, 한달에 10만원 언저리 나가는 돈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가입했던 ING생명은 오렌지라이프로 이름을 바꿨었고, 나는 오늘에야 신한금융 그룹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관련기사


그리고 며칠 전 신한금융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내가 자신의 고객이고, 가입해둔 상품에 대해 논의할 사항이 있다고 했다. 내가 가입했던 상품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특약이 모두 갱신형이라는 점과 80세까지만 보장이라는 점.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지만, 그에 대해 별달리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갱신형이라 내 보험료는 조금씩 오르고 있었고, 그렇게 올라가는 보험료를 낸다고 해도 80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나서,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형태라는 점이다.


오늘 만나서 일단 설명을 들었다. 도대체 변액유니버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들었고, 갱신형이 아니고 고정형으로, 사망시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특약을 변경했다. 여러가지 특약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으로 손꼽히는 질병들에 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다고 직원분이 말했다. 심혈관계, 암.


매달 나가는 보험료는 약간 줄어들었지만, 갱신형으로 유지했을 때 더 증가하는 부분만큼을 계산하면 훨씬 줄었다. 80세까지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60세까지만 납부하면 사망시까지 보장한다.


그러면 안되었는데, 이 보험을 가입할 당시에는 멀지만 어쨌든 아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누구를 상대하든 일단 신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를 판매하더라도, 구매자에게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내 이익을 취하면 그것은 거짓이지 않은가. 내게 이전 보험을 가입시킨 사람은 그런 사람이지 않았는가. 그런 기분으로 앉아 있으니, 오늘온 이 사람은 나를 속이지 않는가 생각하게 된다. 중고차를 살 때도 가장 갑갑했던 것이, 과연 중고차 딜러를 신뢰해도 되는가?였다. 아무리 보험업계 종사자가 성실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중고차 딜러가 열심히 설명해준다고 해도. 구매자는 그들이 설명을 바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왜? 중고차를 구매해보거나 보험을 가입해본 경험이 적으면, 관련된 정보에 대한 이해도 너무나 뒤쳐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믿음이란, 근거없어도 일단 신뢰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은 정말 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원칙이 아닐까. 오늘은 일단 믿었고, 나도 어쨌든 보험을 처음 가입할 당시보다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게 많아졌고, 계약(주계약은 그대로, 특약만 바꿈)을 변경한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찝찝함은 여전히 남는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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