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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교육과정 이야기 하는 사람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연수는 일정연수였는데, 지난 겨울 교육과정 전문가 양성과정을 듣고 나서는 그 연수가 최고의 연수가 되었다. 애들 키우느라 집합연수는 한참 동안 가지 못했고 숙박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연수는 선택지에 없었다. 그래도 지난 겨울 한국교원대에서 시간을 보내며 교육과정에 관심이 있는 전국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때 같은 분반이었던 선생님들을 만나러 대전으로 올라갔다. 기차를 탈 수도 있었지만, 진주에서 대전까지 가는데 진주역까지의 이동까지 생각하면 별로 빠르지 않았다. 물론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책도 읽을 수 있고(요즘 2개의 독서 모임에 참여 중이다)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대전으로 가는 운전길에 한 시간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다음에는 기차를 타자'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에서, 부산에서 선생님들이 오셨으니 전국모임이다. 약속장소가 태화장이었고, 대전역에서 멀지 않다고 해서 목적지를 대전역 근처 무료 주차장으로 정하고 브롬톤을 실어 갔다.

대전
룰루 랄라. 땀은 나도 자전거를 타고 새로운 곳을 달리는 건 늘 즐겁다. 좀 더 정성스럽게 그 도시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는 길에는 주차해둔 장소를 떠올리느라 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왕복 4시간 운전한 내 몸에게 잠시간 운동할 시간을 주었다.

잡채
대단한 음식점이었나 보다. 들어가는 사람, 대기하는 사람, 주차를 기다리는 차... 태화장 주변은 태화장 손님으로만 시끄러웠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예약이 되어 있었고, 실내온도 22도로 맞춰진 시원한 에어컨이 켜진 방으로 들어갔다. 멘보사, 가이바시 튀김, 잡채부터 먹었다. 맛있다는 음식점이니 맛을 음미해야 하는데, 이야기 하느라 맛은 잘 느껴지지도 않았다.

비슷한 일(고교학점제)을 하거나 비슷하게(참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모이면 서로 기대서 쉬는 기분이다. 서로의 안색을 보며 먼저 안부를 물었다. 두서없이 이야기가 쏟아지는 데, 늘 맞이하는 어려움에 대한 것들이다. 학교란 늘 굴러가는 곳이지만 너무 많은 문제들을 학교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 일련의 사건과 사고로 교권이 주목받는 소재가 되었지만 교권만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저경력 교사가 너무 많아 좋은 학교 문화에 대해 가르쳐줄 사람도 배울 기회도 없는 학교, 학생수가 적어서 통폐합을 앞두고도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리자들 덕분에(?) 실무자의 속만 타들어가는 학교, 교육청의 요구 때문에 갈팡질팡 하는 학교 교육과정. 파도 앞에 서서 온 몸으로 바다를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해듣는데 나도 같이 힘들었다. 그래도 초인같은 책임감으로 학교를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그런 분들을 만났다. 시간은 너무 짧고 나는 곧 돌아가야 하고 자꾸 시계를 보게 되었다.

극악의 잼버리까지 참가했다는 선생님은 막걸리와 김치사발면을 선물로 가지고 오셨다. 술을 끊었다고 차마 말씀은 못 드렸는데, 그 막걸리만큼은 꼭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에 흔들리기까지 하니 막걸리는 내 가방 속에서 씩씩 소리를 냈다.

카페 모노크롬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경력이 좀 있는 선생님들도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에 늘 노출되어 있다. 교사들의 상황은 긴박한데, 학생부 기록이나 학생 인권 조례만 만지작 거리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다. 커피 맛을 봐야 하는데, 대강 후루룩 마셔 버리고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 귀만 쫑긋 세우고 있다. 자꾸 쳐다봐서 시간이 빨리 간 듯 금방 집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대전에 왔으니 성심당 빵을 사가신다는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나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

겨울에 볼까 했으나 가을에 보자 이야기가 나왔다. 가을 무주, 향적복이 좋다니 그때 봐도 좋겠다. 2학기는 빨리 지나가는데, 그만큼 일도 빨리 해야 할 게 분명하다. 남겨진 시간은 짧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와 방학이다.' 했던 순간은 마치 한 세기 전 같다. 새학기를 받아들고 앞으로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