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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교사에게는 채찍이자 보상

교실 복도

학교 개혁은 왜 실패하는가를 읽고 있다. 제 2부 단위학교 수준에서의 교육변화의 시작은 제 6장 교사이다. 교사의 현주소라는 단락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일상의 업무부담으로 인해 상황을 개선하는 데 지속적으로 신경 쓸 겨를이 없다.

1학년 학생들 코로나 확진이 또 늘더니, 선생님들의 확진도 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조퇴하신 선생님이 두 분, 확진으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분이 한 분. 융합 수업 계획은 잡혀 있고 외부 강사도 오는데, 이 빈틈을 어떻게 메워 나갈지 걱정이다. 학기말 성적 확인을 끝내자 마자 선생님들은 1주간의 시간 동안 수업량 유연화를 준비하고 시행하고 있다. 어차피 16+1 체재(1학점 16회 수업, 1회 수업은 자율적 교육과정으로 운영)로 이행된다면, +1을 먼저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선생님들은 이미 피곤하고 +1을 하지 않아도 이미 바쁘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선생님들을 몰아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 지속가능할까?

오로지 학생을 위한다는 말로 선생님들의 에너지를 끌어내고 있다. 자율적 교육과정의 취지는 학교 실정에 맞추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적 적용을 시도해 보라는 것일텐데, 지금의 초점은 학생부 개인세특에 맞춰져 있다.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도 모르고, 다른 학교도 하니 우리 학교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선생님들을 설득하고 옭아매는 가장 훌륭하고 잔인한 수단이 바로 학생들을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마치 채찍은 든 사람처럼, 선생님들의 에너지를 자꾸 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 아픈 선생님들을 보면 내 탓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학생수가 줄어들기를 기다렸다는 듯, 학생수 감소에 따라 교사를 줄인다고 한다. 작은 학교가 없어지고, 도시만 과밀한데도 그렇단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당장 교사를 줄여야 하나? 그럼 인구가 줄면 버스도 줄이고, 주민센터도 줄이고, 공무원도 줄이고, 의사도 줄이고, 국회의원도 줄여야 하지 않나? 학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던데, 손님이 준다고 바로 쉐프와 직원을 자르나? 지금도 간신히 굴러가는 학교라면, 개선할 점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나. 학생수가 줄면 교사의 부담이 주는 만큼 이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교사를 독려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바쁜 틈에 여유를 주어야 변화의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학교 개혁을 꿈꾸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학교 개혁이 교사 수준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알까? 법으로 정하면 개혁이 일어나는 것이라면, 개혁을 위해 필요한건 법을 만드는 사람들 뿐이지 않는가.

내일부터는 융합수업 시작이다. 부담은 한 가득. 수고하는 선생님들에게 간식 사줄 예산 따위가 없다. 교사에게 언제나 영원한 보상은 그저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