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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3월 1일 마음 잡기 좋은 날

휴직으로 1년, 업무 전담으로 1년. 덕분에 2년을 담임을 하지 않아서 일까 아님 3월이 다가오면 원래 이런 것일까 어떻게 담임으로 잘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제법 마음이 들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3월 1일. 비가 와서 국기 개양은 하지 못했지만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개학이 3월 2일일 수 있는 것은 3월 1일이 있기 때문. 단 하루지만 월요일 하루를 휴일로 받아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있으면서, 신학기 준비하느라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오가기만 하다 보니 목이 뻐근하더라. 아이들은 미녀와 야수를 보는 사이 잠시 침대에 누워 있기도 했는데, 전혀 휴식이 되지 않았다. 운동앱을 열어 급히 운동을 한다. 푸쉬업만 한 100개 시키는 앱이었다. 꾸준히만 하면 월결제도 해볼까 했는데,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다.

 

비가 후두둑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들 먹일 딸기도 살겸 밖으로 나섰다. 슬리퍼를 신고, 옷은 두껍지 않게 입고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공동현관으로 내려오니 공동현관 문이 습기로 가득해서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따뜻하다. 비가 오는데, 이렇게 기온이 높은 것을 보니 이번 비는 봄비인가 보다. 우산을 쓰고 있지만 비가 한쪽 팔을 적시고, 바람으로 불어오는 빗물이 바지 아래를 적신다. 흙길을 좀 걸으니 크록스로는 흙이 조금 들어와서 걷기가 불편하다. 그래도 걸으니 좋다. 하루에 얼마나 걸어야 정상적인 걸까. 이번주에는 비가 내내 온다고 했고, 나는 아마도 차를 타고 출퇴근 할테니 이번주에는 거의 걷지 못하겠다. 다음 주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야지 결심한다.

 

롯*마트에 들러서 먼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산다. 힘을 단박에 주는 무언가가 필요해서 콜라도 사고 짭쪼롬한 과자도 샀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딸기도 한 소쿠리 샀다. 장바구니를 어깨에 매고 걸어간다. 꽤 오랜 시간 화장품집이었다가 최근에 커피 테이크아웃점으로 바뀐 가게 앞에 서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린다.

 

 

예전에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외국도서를 읽을 적이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한 블록의 크기와 차도의 폭, 인도의 넓이가 도시의 분위기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하나의 블록의 크기가 작고 차로의 폭이 좁을 수록 좋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걷기 쉬운 길이다. 그리고 하나 인도를 따라 있는 작은 가게들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인도에 접한 가게들이 사진 속의 저런 어닝을 펼치면 도심에 그늘이 생기고 비를 피할 공간이 생긴다고. 예전에 태국에 갔을 때, 어느 동네에선가 1층 상가보다 2층 상가 건물이 더 인도로 나와서 2층 건물이 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인도가 마치 통로가 된 것 같은 느낌.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저 어닝을 보면서 뭔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동네슈퍼들이 있으면 슈퍼에는 색색깔의 저 어닝비슷한 것이 있었다. 가게 입구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가게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 제법 많은 가게들이 저렇게 공간을 만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내가 사는 곳에서는 저렇지 않다. 이제는 목 좋은 곳의 가게들은 모두 세가 비싸서 그럴까. 지나가는 행인에게 내어줄 그림자는 없다.

한 바퀴 걷고 맛있는 딸기도 사와서 기분이 나아졌다. 몸도 좋아졌다. 그리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이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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