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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10월의 다이소는 핼로윈을 준비하는 데..

10월의 다이소는 핼러윈을 준비하는데.

10월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신혜철의 목소리로 듣는 “When October Goes” 가 떠오르는 달. 10월이 지나고 나서야 애타게 찾게 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리고 오늘은 갑자기 핼러윈데이.

전혀 연관성 없는 것들을 묶어서 이건 10월입네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다. 사람은 무엇이든 카테고리에 집어넣으려고 하고, 그렇게 집어넣고 나면 모쪼록 안심하는 기분이 된다. 복잡한 개인 대신에 국적이나 언어로 스테레오 타이핑하는 건 인간의 그런 속성 때문일까. 그러면서도 차별하지 않아야 하니 인간의 발달한 뇌는 살아가며 고려해야 할 게 정말 많고 복잡하겠다.

오늘 교무실에서 젊은 선생님들과 핼러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젊은 선생님들은 핼러윈 파티를 즐겨본 적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 세분은 요란한 파티를 좋아하지 않고 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선생인 우리들은 학생들을 위해서 핼러윈을 맞이해서 작은 이벤트라도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뭐, 결론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결론은 협의의 과정이거나 고집있거나 진취적인 사람의 결정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중 그런 사람은 없었나 보다.

아무튼 그렇게 할로윈 데이가 내 머리에 들어왔고, 어쩔 수 없이 자상한 아빠 인 나는 아이들이랑 뭐 해볼 게 없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정말 핼러윈이 가까워졌을 때, 다이소에 가서는 할로윈 테마 상품을 별로 볼 수 없었던 게 기억이 났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다이소에 들려야 해!! 생각했다. 소비는 즐겁고, 소비하러 가는 내 페달질은 가볍기 그지없다. 자본주의 시대 결국 무언가 소비함으로써 작은 기쁨을 얻는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아주 작게 작게 소비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지금 이 밤에 앉아서 한다.

다이소에 도착하니, 그렇다. 핼러윈을 테마로한 매대만 제법 배가 불룩하다. 평소에도 볼 수 있는 파티용 소품도 있었지만, 울긋불긋 이빨을 드러낸 제품들이 있고, 서양호박들이 검은 입 안을 들어내고 웃고 있다. 나는 마음 속에 사야 할 것은 정해갔고, 또 일부는 즉석에서 골랐다. 딸이 좋아할 게 뭘까, 아들이 좋아할게 뭘까 생각하면서 고른다.

다이소 무드라이트

다이소 투명 호박 바구니

내 자전거 가방에 들어찬 녀석은 그래서, 할로윈 타투 스티커 2개, 할로윈 테마 머리핀 3개 1세트, 촛불 모양 LED 무드 라이트(품번 1020507) 2세트, 투명 호박 바구니(품번 1032298) 2세트. 무드 라이트 4개가 한 세트고, 호박 바구니 4개가 한 세트다. 그렇게 만들어낸 게 … 짜잔!!

멋진 잭 오 랜턴이 되었다. 집으로 와서 딸에게 줄 선물을 꺼낼 때가 제일 즐겁다. 그래서 어릴 적 아빠가 그렇게 검은 비닐봉지에 무얼 사 왔었나 보다. 아빠를 반기는 것인지, 까만 봉지 안에 있는 무언가를 반기는 것인지, 아무튼 무언가 들고 들어오면 그 반김은 배가 되었다. 촛불 모양 라이트를 호박 바구니에 집어넣어서 잭 오 랜턴을 만들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아들의 베프인 이웃집 남자 아이 것 하나, 동생 것 하나. 네 명이 모일 때가 있을테니, 그때는 모두 잭오랜턴을 가지고 모이면 되겠다.

핼러윈은 우리의 명절도 아닌데, 이상한 걸 축하하네 쓸 데 없네 비난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요즘도그런가 몰라. 일단 내 귀에 안 들리니 없다고 치자.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명절인가. 지구촌에 사는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다른 나라의 풍속을 즐길 수 있다. 즐기고 나서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즐길 것이라고는 찾기 힘든 이 마스크의 시대. 나는 당장 아마존에서 아이들 할로윈 코스튬이라도 주문하고 싶은 지경이다. 맨날 비난하는 인간들은 그렇게 하라고 두자. 세상의 재미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두자.

잭오렌턴

딸은 잭 오 랜턴을 켜고 잠들었다. 10월이 가고 나면 나는 한동안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자주 틀고, 11월이 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 시작할 것이다. 분명 현재에 살아야 하지만,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맛이다. 기다리는 맛을 기다리는 맛은 맛있는 삶이다. 해피 핼러윈.

 

2020.10.25 - [학교 관련/수업이야기] - 할로윈데이을 맞이한 고등학생 영어 틈새 수업 : Cargo

 

할로윈데이을 맞이한 고등학생 영어 틈새 수업 : C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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