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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

학생의 연애는 환영 받나?

내용과는 상관없는 야경

학교는 많은 부분 바뀌었지만, 많은 부분 그대로다.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폭력에 대한 민감도’ 아닐까. 일진 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던 때가 있었고, 학교마다 일진이 있다고 뉴스가 떠벌릴 때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단어는 쓰지 않는다. 여전히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있지만, 과거의 피해의 빈도나 규모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었다. 어떠한 폭력도 정당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합의가 학교 안에서 작동하기 위해서 또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이성교제에 대해서는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성문제는 곧장 학업 성적이나 성관련 문제로 발전할 수 있어서 교사 입장에서는 여간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부분이 아니다. 연애하고 성적 떨어진다? 이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 학생에게 일어난 문제에 있어서는 학교는 뭐했나?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꼬이는 경우를 생각하면, 늘 걱정부터 앞선다.

이성교제는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한 현상이다. 건강하게 자라는 청소년이라면 사춘기에 돌입하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호기심을 넘어, 교제에 까지 이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성교제’ 앞에 언제나 건전한을 붙이는 걸 보면, 그 건전함이라는 단어가 전달하고 싶은 의도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 단어는 요술처럼 마법처럼 청소년들의 마음과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까? 불건전함의 정의는 또 무엇일까.

학교는 학생들의 ‘감정’이나 ‘자유로운 행동’을 제재할 수단을 별로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는 그 책임을 추궁당한다. 나는 이게 혼란스럽다. 제재할 권위를 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던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에 과도하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 속으로 사람을 내몰려면 우산을 쥐어줘야 하지 않을까.

몇 해 전 남녀공학에서 일할 때, 선생님들은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커플들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며 잘 지내야 할텐데 하며 걱정을 많이 했다. 서로 좋아하는 것까지는 말릴 수 없어서 두는데, 둘이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서로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볼 때마다, 말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연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어려움을 겪으면 도움을 요청할 데가 있나. 혼자서 견디기 힘든 문제가 생기며 당장 찾아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있나. 성인들은 청소년들의 연애와 관련된 문제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돌보려고 하고 있나? 아니다. 아닌 것 같다. 문제가 켜켜이 쌓여 결국 뉴스에 나올 때까지 일단 두고 봐야 하는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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