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학교의 변화는 가능하다

금산교 - 속사교 자전거 길에서 바라본 진주

학교의 변화는 가능할까?

어떤 변화를 말하느냐에 따라 답은 다르다. 학교는 늘 변화하고 있으나, 변화되지 않는 부분,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너무나 더디게 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코로나가 세계인을 덮쳤을 때, 누군가는 이를 기회로 삼자고 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진술은 뭔가 힘을 불끈 나게 하는 매력은 있지만, 뼈를 깍는 노력으로 끝끝내 살아 남은 자만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얻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의 영역에서 여러가지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잠시 학교가 멈추었을 때, 재빨리 정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구석구석은 규정의 지배를 받고 있고, 법과 규정이 그렇게 빠르게 바뀔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학교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회를 놓쳤다. 학교에서 굵직한 공사는 웬만하면 방학 중에 한다. 학생이 없기에 가능하다. 방학 동안 학교는 잠시 멈춘다. 코로나 때문에 멈췄을 때,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다시 속을 채워 넣어야 하지 않았을까.

달리는 자동차를 멈추지 않고 수리하기란 어렵다. 학교란 달리는 자동차와 비슷한데, 멈출 수가 없으니 타고 가며 고쳐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가 있으니, 작은 것을 고치는 데에도 오만가지 정성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오늘 그간 사용하던 맥북프로 2018년 고급형 모델을 팔았다. 화면 큰 게 좋다는 이야기만 믿고 샀지만, 나는 화면 큰 걸 별로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은 2020년 M1맥북 에어를 쓰고 있다. 화면은 아이패드 프로만 하지만, 허벅지에 올려두고 써도 절대 뜨거워지지 않는다. 맥의 경우, 헌 노트북을 쓰다가 새노트북을 갖게 되어도 아주 쉽게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것들을 옮길 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기능이겠지만, 나는 최근에 새로 노트북을 들이면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복사해서 옮겨오는 대신에, 아주 조금씩 채우고 있다. 웬만하면 공간을 남겨두려고 애쓰고 있다. 노트북을 저장의 기기로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연산의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M1칩의 성능 때문이겠지만, 너무나 가볍다.

학교란 작년의 계획을 대개 복사하고, 올해의 계획이 결국 내년의 계획의 틀이 된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해도 되는 걸까? 내 능력이 부족하여 혹은 내가 아직 본 것이 적어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복사해서 옮겨오는 게 아니라,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넣어보면 어떨까. 결국 그 모습은 복사한 것이나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 것이나 비슷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겉보기에 비슷하다고, 그 구조가 비슷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선 자리가 다르니 보이는 게 다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내 위치에서 내가 보는 것이다. 내 위치만 바뀌면, 보이는 것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더 겸손해야지.

자전거를 타고 요즘 다니는 속사교-금산교 구간인데, 초과근무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 날이 어두워졌다. 해지고는 처음 달리는데, 강 너머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새롭다. 새로운 관점이라는 게 사실상 새로운 생각이 아닐까.

'학교 관련 > 또 다른 학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에서 대화가 가능할까?  (0) 2022.04.14
잊혀서 좋다  (4) 2022.03.30
긴급하게 긴급한 일  (4) 2022.03.23